올해 광고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매체환경의 급격한 변화였다.

광고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려면 신문 TV 잡지 라디오 등 매체(Media)가
있어야 가능한 만큼 언론매체의 변화양상이 광고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도 당연하다.

종합유선방송의 출범과 신문의 증면경쟁, 인터넷을 이용한 멀티미디어의
등장 등 올해 매체환경의 변화는 그 어느때보다 질적 양적으로 혁명에
가까운 것이었다는게 광고인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변화의 양상은 한마디로 ''매체의 숫자나 양이 크게 늘어나고 종류도
다양해졌다''는 말로 요약된다.

이는 광고주들에는 광고할 수 있는 시간이나 지면이 크게 늘어났음을,
광고대행사들에게는 그만큼 광고의 집행을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해야 되는
시기가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광고주들이 최소한의 광고비로 최대의 광고효과를 볼수 있도록 효율적인
매체집행을 해야 하는게 광고사의 역할이고 의무다.

광고사들은 광고가 실릴 매체를 선정하고 예산을 배분하는 이른바 매체
전략에 관심을 높여가고 있으며 종전에는 기능이 유명무실했던 매체기획
전문가(Media Planner)의 육성에 나서는 것도 이때문이다.

매체중에서도 가장 변화의 폭이 컸던 것은 방송이다.

공중파방송의 경우 광고시간이 종전에 전체 방송량의 8%에서 10%까지 크게
늘어났으며 금년 5월에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의 4개지역에서 민영방송이
개국됐다.

10월부터는 TV광고의 고정광고물제도가 폐지되고 3개월단위의 청약물제도로
변경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나 외국기업들의 광고가 쉬워졌다.

지금까지는 전체 광고량의 44.5%를 대기업 등 최초청약자들이 독점하고
있어 다른 기업들이 인기시간대에 광고를 잡는 것은 힘들었을 뿐만아니라
방송광고시간이 부족해지는 적체현상까지 빚어왔다.

금년 3월부터 시청자앞에 다가선 케이블TV 역시 광고시장의 관심을 집중
시켰다.

350억원 정도의 광고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던 케이블TV는 수신에
필요한 전송망이나 컨버터의 보급차질로 시청가구수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았으며 광고주들도 광고효과에 회의를 품고 있어 기대만큼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서면 광고시장으로서 안정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공중파방송과는 차별화된 채널로서 앞으로의 성장잠재력은
크다는데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일간신문들이 치열한 증면경쟁을 벌인 것과 우리나라가 고도의 정보화사회
로 접어들면서 각종 전문잡지나 여성지가 수적으로 크게 중가한 것도 광고
시장의 외형을 불리는데 일조했다.

컴퓨터통신이 제공하는 가상의 공간 이른바 "사이버스페이스"가 새로운
매체공간으로 떠오른것도 특기할만 하다.

광고사들은 컴퓨터통신을 매개체로 기업이 소비자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광고 이벤트 정보제공 소비성향조사 등 기존의 마케팅활동을 수행하는
사이버마케팅에서 새로운 성장가능성을 발견했다.

제일기획이 지난 6월부터 자매사인 중앙일보가 인터넷에 제공하는 전자
신문의 광고영업을 통채로 대행하는 미디어렙(Media Rep)역할을 하고 있으며
키노피아 인터애드 파워넷 등 PC통신 전문광고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밖에 기업들이 각종 이벤트를 통해 상품의 선전이나 기업을 홍보하는
세일즈프로모션, 대형 전광판이나 광고판을 통한 옥외광고 등도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광고매체가 수적 양적으로 크게 늘어나자 광고사들은 TV 신문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주체적으로 광고집행을 조정할 수있는 과학적인 매체전략
의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광고사의 경쟁양상이 앞으로는 크리에이티브의 우열보다 매체전략의
정확도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마케팅이나 매체기획팀의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다.

제일기획 LG애드 금강기획 대홍기획등 대형광고사들은 앞다투어 마케팅
연구소를 별도조직으로 분리하고 있으며 박사급 전문인력을 채용하는등
기능을 대폭 보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매체기획을 뒷받침할만한 정보자료가 부족한데다 자율
경쟁이 힘든 광고거래의 왜곡된 구조때문에 진정한 매체기획의 역할이 정립
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신문의 경우 부수공사제도(ABC)가 실시되지 않고 있으며 방송도 정확한
시청률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종합유선방송이나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멀티미디어매체도 아직 합리적인
광고요금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LG애드 매체기획팀의 김종선차장은 "미국의 광고회사인 BBDO의 경우 전체
인원의 절반가량이 매체기획분야에 할애될 정도로 이분야가 중시되고 있다"
며 "국내에서 매체기획분야가 활성화되려면 기초자료의 확보등 선결과제가
먼저 해결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