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국이면서도 여러모로 유사한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주도형 경제성장국이기 때문에 해외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부존자원의 부족으로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해외원자재가격의
변동이 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따라서 양국의 경기순환도 유사하게 진행돼 왔다.

많은 사람들은 이와같이 우리와 비슷한 여건에서 고성장을 실현해 오면서도
동시에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해온 대만의 경제정책에 대해 신비로움마저
느끼기도 한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정책당국이 거시정책을 잘못 운용했기 때문에 우리가
대만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를 통화정책등 우리나라의 거시정책의 잘못으로만
치부할수는 없는 것같다.

양국의 인플레이션율의 차이를 잘 설명할수 있는 다른 부분이 있다.

첫째, 양국의 환율 움직임으로 그 차이를 설명해 볼수 있다.

70년에 달러대비 원화환율은 약 300원에서 93년 800원으로 약 160% 절하
됐다.

같은 기간 대만의 환율은 40NT에서 26NT로 약 35%정도 절상됐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70년 이후 환율변동이 물가상승률에 미친 영향은
대만에서는 연평균 -0.3%이며 한국에서는 2.1%였다.

따라서 지속적인 NT달러 절상과 원화절하에 따라 양국 경제의 물가상승률은
매년 약 2.4%씩 차이가 벌어졌다고 볼수 있다.

둘째, 소비재수입의 개방폭으로도 설명할수 있다.

대만은 수입자유화율이 75년에 이미 97%를 넘었으나 한국은 83년에 80%,
91년에 이르러서야 97.2%에 도달했다.

한편 관세율도 한국이 연평균 5.6%씩 하락한데 비해 대만은 8.5%로 하락
속도가 빨랐다.

수입개방의 확대와 관세율 인하가 대만의 국내물가를 안정시키는데 기여
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이와같이 지속적인 환율절상, 수입개방폭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무역수지흑자가 지속적으로 확대 유지되는 것은 국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영훈 < 한국경제연 연구위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