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팔복동 전주2공단에 자리잡은 한화정공.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삼미정공(주)으로 불려진 베어링 전문생산업체로
지난 87년 창업돼 전북지역 산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 회사에 도민의 기대가 집중된 것은 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기계업종
의 제조업체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 회사에 대한 실망도 컸던 때가
있었다.

세계적인 베어링업계 불황의 영향으로 회사의 경영이 정상을 찾지
못한데다 노조분규가 매년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회사는 창업 7년만인 지난해 12월 한화그룹이 인수해 한화정공
(주)로 명칭을 바꾸었다.

이 회사의 노조가 강성을 띠게된 것은 물론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노사간의 불신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김택수노조위원장(34)은 "구삼미정공 시절 단 한번도 회사측이 노조와
협의한 내용을 지킨적이 없었다"며 "이런 회사의 행동들이 누적됨에 따라
조합원들의 불만이 고조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임금협상 결렬로 거의 2개월을 조업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화정공은 구삼미정공을 인수한후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사간의 불신
해소가 급선무라는 판단을 내렸다.

우선 회사의 이름을 한화정공으로 바꿔 근로자들에게 한화그룹의 가족
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한마음 갖기운동을 전개했다.

장래에 대한 비전제시를 위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 이를 근로자들에게
설명했다.

회사의 경영실태도 근로자들에게 낱낱이를 공개했다.

박용식사장과 서재호공장장이 직접 근로자들에게 경영설명회에 참석했다.

특히 월1회씩의 정기조회와 주임간담회를 통해 경영상태에 대한 브리핑을
계속했다.

회사의 경영상태를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게된 근로자들이 생산성 향상에
앞장 서게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회사측은 의식개혁을 위한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갔다.

이를위해 5S의 정착화와 "먼저 인사하기"운동을 펼치고 지난 5월부터
2개월 동안 전근로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2박3일씩의 WSTC(근로자의식함양
교육)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 사기진작을 위해 노사화합 체육대회개최, 모범사원 해외여행, 생일
선물지급등을 실행했다.

특히 회사측은 구삼미정공 시절 노무관리체계가 확립되지 못해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되었다는 판단 아래 노무관리체계 확립에 나섰다.

회사측은 노사간의 신뢰쌓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매월 1회씩 노조상집위와 대의원회의때 참여하는 노조원들을 연장근무하는
것으로 인정했으며 근로자의 날에 체육복을 지급하기도 했다.

회사의 "노조 끌어안기" 노력으로 근로자들의 의식변화가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 상호 신뢰분위기속에 공장이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25일간의 파업으로 얼룩졌던 임금협상을 올해에는 단 4차례의
교섭만으로 끝냈다.

또 23%에 달하던 이직률은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회사측은 그동안 경영악화를 이유로 중단했던 토요일 잔업을 베어링업계의
호황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재개키 했다.

토요일 휴무를 즐기던 일부 근로자들이 불만을 가졌으나 노조측은 "회사의
정상화에 힘을 기울려야 할 때"라며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회사측은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의 3백73억원에서 5백85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올해 적자도 지난해의 93억원에서 70억원이 줄어든 23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사는 내년에 최초로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서공장장은 "기본적인 문제에 진실하게 접근하는 것이 노사간 신뢰구축의
지름길"이라며 "신뢰를 바탕으로 진정한 의미의 노사협력을 일구어내겠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현재 한화정공의 노사관계는 노사협력의 단계로 발전하기위한
과정에 불과하다"고 전제,"노사협력의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양측이 극복해
나가야할 과제는 많다"고 강조한다.

[ 전주=최수용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