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의식의 문제점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한국
경제신문사와 LG경제연구원은 지난 4일 LG경제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의식
개혁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송복 연세대
교수가 ''의식이 문제다''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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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의식의 문제는 짧은 시간안에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물질적으로 고성장을 이룩했다는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절대빈곤과 급속한 물질적 성장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데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의식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적 물질성장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한국적 물질성장은 현재집착적이다.

한국에서는 100년앞은 고사하고 10년이나 20년후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태
에서 극히 현재집착적인 성장이 추진됐다.

둘째 한국적 물질성장은 지나친 압축성장이었다.

도시와 농촌, 공업과 농업, 지역간 계층간을 골고루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은 미뤄두고 한쪽만을 밀고 나가는 발전전략이다.

이른바 불균형성장이다.

셋째 한국의 물질성장은 목적달성적이었다.

이는 의식측면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정신자세를 말하며 행동면에서는
목적달성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뭐든 다 동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극도의 성취동기주의이다.

이 성취주의는 물질획득에서의 성취주의와 지위획득에서의 성취주의로
구분된다.

한국 물질성장의 이같은 특징은 급속한 물질적 발전과 더딘 의식의 발전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물질발전에 크게 뒤떨어져 있는 우리의 의식은 어떤
상태인가.

이는 3가지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우리의 의식은 물질만능주의로 가득차 있다.

우리의식이 철저히 물질주의의 지배하에 있다는 것이다.

물질만능주의는 물질의 획득과 소유를 인생의 제일 목표로 삼는 것이다.

둘째 소비주의이다.

소비주의는 앞서말한 물질주의의 한 하위문화이며 하위행태이다.

소비주의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려는 의식상태다.

셋째 지위주의이다.

한국인들은 자기 지위에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기 보다는 윗자리로 승진
하려고 애를 쓴다.

그것도 한 조직의 장자리까지 올라가야만 직성이 풀린다.

따라서 승진하지 못했을 경우 느끼는 좌절감과 패배의식도 크며 이 또한
지위주의의 한 표출이라 볼 수 있다.

압축성장에 의한 물질선진화를 뒤따르지 못한 우리의 의식중 한국사회
병리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3가지 물질주의와
소비주의 그리고 지위주의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회의식과 이념적 가치를 가지고 이를 전환시킬 것인가.

그것은 신합리주의의식으로 가능하다.

신합리주의란 질적인 삶을 추구하는 의식을 의미한다.

첫째 신합리주의는 분수주의이다.

분수주의란 앞서말한 물질주의에 가치가 결합된 의식형태이다.

즉 물질주의에 가치가 부여됨으로써 가치있는 물질취득을 추구하고 이에
따라 가치있는 생활을 창조해 가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은 분수주의가 경제적 영리주의를 부정하는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리추구 행위는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 축척된 부는 국부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의 영리추구가 무질서하게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가치라는 기준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 분수주의이다.

둘째 신합리주의는 실용주의다.

실용주의는 앞서 말한 소비주의에 필요가 결합된 의식형태이다.

이때 필요는 실제생활에서 꼭 요구되는 것으로서의 필요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곧 실용주의다.

셋째 실용주의는 미래주의다.

미래주의는 앞서말한 지위주의에 역할이 결합된 의식형태다.

지위가 바뀐다해도 앞의 역할과 뒤의 역할은 연결돼 있다.

즉 지위는 현재에 초점을 둔 개념이지만 역할은 현재는 물론 미래로
이어지는 개념이다.

역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숙련된 수행이 기대되는 미래지향적 개념인
것이다.

이처럼 분수주의 실용주의 미래주의로 집약될 수 있는 신합리주의는 우리
사회 의식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