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1년 자본재수입비중이 23.6%에서 94년에 39.8%로 크게 확대됐다.

때문에 최근 정부가 자본재산업육성대책 중소사업자지원방안 등을 마련한
것은 수긍이 가는 일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기술경쟁력에 관해서는 언급이 있어도, 기술경쟁력을
만들어내는 학문경쟁력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교육개혁안에서도 교육의장의 하나인 학교는 취급되고 있으나 또 하나의
장인 서점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식민지시대였지만 필자가 국민학교에 다닐때는 머리좋은 학생들은 학교
교과서보다 과외책들을 탐독했다.

중학교에 가서는 2학년때부터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기도 했다.

필자는 중학2학년때 동경대교수 고목정치씨가 쓴 "근대수학사담"을 읽고
24세때 시대를 초월한 저서 "정수론"을 쓴 가우스에 완전히 미친적이 있다.

일본고등학교에 유학가보니 서점에 동서고금의 책이 꽉차 있었고 학생들은
강의보다 서점출입에 더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용인된 결석횟수는 60회까지였다.

고등학교3년동안 학생들은 고서점을 누비고 희귀본을 구하여 동서고금
사상을 습득하는 것이었다.

나도 동양고전은 물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헤겔 리켈트 웨버등의
원서를 모두 구입해서 그사상을 완전 습득하였다.

그리고 하숙방 벽에 칸트의 " du kannst, dem du sollst "(해야되니까
할수있다)를 써 붙여놓았다.

대학입시의 논술은 "축적"의 테스트였다.

중학교교육에서 학교대 서점의 비율이 50대50이라고 하면 고등학교
교육에서는 30대70, 대학교육에서는 5대95였다.

그리하여 대학가는 바로 서점가였다.

독일의 F 리스트는 "정신적자본"이 "물질적자본"의 기초가 된다고 했고
P 드러커는 "학문의 생산성"이 경쟁력 국제수지의 핵심이 된다고 했으며
A 토플러는 "학문은 선진경제의 중심자원"이라고 했다.

이것은 이론이전에 상식에 속한다.

일본이 세계제일의 무역흑자국이 된것은 세계제일의 "정신적자본"과
세계제일의 "학문경쟁력"을 갖고있기 때문이라고 드러커는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후 50년이 되어도 단 한권의 칸트.헤겔책이 나오지 않고
우리나라는 현재 일찍이 없었던 "정신적자본""학문경쟁력"부재상태에 있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가.

한글전용 한자말살이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일본은 "열경화성수지용액""난연성가삭제"등의 고도전문용어를 구사해서
세계제일의 고기술 중소부품 메이커를 만들어내 부품의 자급자족에
완전성공했다.

그리하여 공고하기 짝이 없는 중산층을 만들어 놓았다.

한편 우리나라 책에는 무엇인지 뜻을 알수없는 "전의차법"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아니 "신사동""사당동"의 뜻을 아는 사람이 서울시민 가운데에서 몇이나
있을까.

대학근방에는 칸트 헤겔책을 파는 서점은 없고 술집만 있다.

21세기에는 "학문이 중심자본"이 된다고 드러커는 말하고 있다.

이런가운데 대학은 공동화되었고 국력의 기본이 되는 "정신적자본"과
"학문경쟁력"이 없어지게 되었다.

요즘 정계에서 세대교체바람이 불고있다.

구세대보다 "축적"이 훨씬 적은 신세대에게 우리나라를 어떻게 맡길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것은 어려운 한자가 들어있는 책을 출판하려는
출판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신문에 책광고가 나올때는 꼭 "알기 쉽게 쓴"책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토플러는 "학문의 재분배는 다른 기본적인 힘의 재분배보다 훨씬 중요하고
동시에 학문의 재분배는 다른 기본적인 힘의 재분배를 결정한다"고 했다.

그리고 "후진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제력을 고양시키기 위한
학문의 부족이다"라고 했다.

"세계화"란 세계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무자비한 경쟁을 하는것을 의미한다.

이제라도 각 정당은 "정신적자본"과 "학문경쟁력"에 관한 정책을 발표하면
좋을 것이다.

임원택 < 수원대 대우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