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끝난 대미 자동차협상 과정에서의 공과를 둘러싼 외무.통산 두
부처간의 시비는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더니 공노명 외무장관의 뉴욕
발언이 보도되면서 오히려 본격화할 기세라 또 평지풍파다.

대강 경위는 실무 레벨에서 항용 있을수 있는 일과성 마찰이라고
안심하기엔 너무 본질적 문제여서 입만 막고 보자는 임시방편 보다는
이 기회에 근본적 해결의 방향과 방도만이라도 모색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초 수석대표의 외무장관 추천 관례를 깬 통산부에 대한 힐난의
소리로 시작해서 정부협상안의 사전유출,신속보고 비협조에 의한
훈령지연등 외무부측에 대한 문제제기도 뒤따랐다.

수석대표 문제 이외의 지적들은 어느쪽의 고의적 국익훼손이라기 보다
여러 정황상 양측간에 오해발생의 소지가 있는 문제이니만큼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성질이라고 여겨왔다.

외무부측도 미국이 제시한 협상문안에 은폐된 독소조항을 발견,대비하는
과정에서 있을수 있는 지연이었다는 해명을 제시했다.

그러나 5일 보도된 공장관의 언급중 한.미 차협상을 WTO(세계무역기구)로
끌고감이 유리했다는 부분에서 우리는 심상치 않은 문제점과 정부의 실책을
발견한다.

공장관 발언에 앞서 협상타결 직후 박재윤 통산장관은 "이를 WTO로 끌고갈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자체분석을 강조했었다.

물론 그런 견해차는 있을수 있다.

그러나 한.미 차협상같은 최고 통상전략에대해,그것도 주무부처 사이에
견해가 상반했다면 정부차원에서 이를 충분히 사전조정을 시도해야 했고
그런 뒤에 대외협상에 임함이 백번 당연했다.

이제는 그런 여과없이 협상에 나간 정부의 중대한 과실이 분명하게
노출됐는데도 며칠이 지나도록 서로 자성하며 차후 대비책을 숙의하는게
아니라 내부 알력을 대외에 서슴없이 노출하고 있음은 자해행위라고
볼수밖에 없다.

특정정책,특히 대외정책상 정부내의 이견을 지양통일할수 있느냐의
여부는 어디까지나 국가간 우열판단의 잣대다.

또한 통상외교의 주도권을 놓고 어떤 정부나 내부진통을 앓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직할의 통상대표부 신설로 극복하고 있고,일본은 비슷한
처지에서 이번 한국의 사태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무엇보다 언어 전문지식등 유능 통상관료의 확보가 어려운 한국의
현실에서 미국식 대표부 신설은 옥상옥의 낭비다.

상공부의 발전적 개편인 통산부의 대외 통상업무 전담이 당연하달 만큼
여건이 갖춰진 것은 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통산부에 외교인력을 대폭 보강하는 대안에도 난관은 따른다.

그렇게 해서 외교채널의 통상교섭 활용을 배제하는 일 역시 국력소모의
측면이 크다.

게다가 농수산 정보통신등 타부처 소관분야 통상외교 일체를 통산부에
일괄함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원안은 가까운데 있다.

경제외교에서 평상 외교진용이 대외교섭 업무를 총괄 주도하되,부문
특성적 기본전략은 각 소관부처의 주도를 존중한다.

위에서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는 일이 총리실과 청와대 소임임은 말할것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