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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논단] 이 지겨운 도대항 병정놀이..호영진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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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영진 <한국경제신문사 상임고문>

    1인자 자리가 잠시라도 비면 조직이 제구실하기 힘들다.

    병권이 있는 나라의 경우 더 그렇다.

    극중에서도 왕이 승하하면 상복차림의 대신들이 밤을 도와 신왕의 즉위식
    을 서두름을 흔히 본다.

    그 면에서도 북한은 불가사의한 존재다.

    세습제 아닌 조직의 후계자 인선방식은 크게 두 유형이다.

    하나는 미리 점찍어 가시화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승계자사유가 발생할
    때까지 후계자 부각을 봉쇄하는 형이다.

    상반된 장단점이 있다.

    이리 정해두는 방식은 후계를 둘러싼 과열경쟁의 여지를 없애 낭비를 막고
    조직의 안정성을 높인다.

    반면 후계자리를 향한 선의의 경쟁이 배제됨으로써 조직 분의기가 침체될
    우려가 따른다.

    반대로 후계자를 미리 정하지 않은 조직에선 평소 자.타천 물망자들이
    후계 지위를 향한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그 결과 분의기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그러나 경쟁의 과열을 빚어 변칙으로 흐를 위험이 항상 도사린다.

    어떤 방식을 취하건 후계자 인선에서 생명처럼 중한 것은 킹메이커의
    공정성이다.

    후계자를 정하되 임명권자가 능력위주로 최적자를 고르며 가시화 과정에서
    성장여건도 자연스럽게 마련해 줘야 한다.

    그런 조직은 탄탄대로에 선다.

    그게 아니라 비적격자를 특별한 인연에 끌려 후계자로 지목할 경우 전도는
    밝지 않다.

    경쟁에서 뒤져 사세는 미끄럼대를 흘러 내린다.

    우리 주변에서 그같은 대조적 실례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킹메이커가 지배주주로 정해져 있는 민간기업이 최상이다.

    제대로된 주주라면 회사발전의 생명인 요직인선에 사를 두어 일을 망치지
    않을 것이다.

    하나 말처럼 쉽지는 않아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

    왕실처럼 외척 처족등 혈연의 등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연고인사를 저지르는 예가 적지 않다.

    그 이유의 하나로 판도가 뒤바뀐 업계는 흔하다.

    군주제도 전제체제도 아닌, 가령 대한민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의당 국민의 몫이어야 할 킹메이커 역을 과거 현직 대통령들이 독단을
    획책하다 비운을 맞았다.

    1-3공은 영구집권욕에 의한 후임인선의 대표적 실패 케이스, 5공은 단임
    이행에서 남다르나 후임인선이 현직자 독단의 지명방식임을 말할것도 없다.

    전례란 깨기 어려운 법.

    어느사이 이땅의 대통령후보 지명은 현직 대통령의 고유권한 방향으로
    굳어져 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 그런 공식은 성립할 수 없고 성립해서도 안된다.

    현직 대통령은 유권자의 한사람이며 나아가 집권당의 당수이기에 영향력이
    가장 클수 있음은 당연하다.

    따라서 그가 선호하는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을 넘어서는 안되며 당내 후보지명에서 현직 대통령이 초연을
    지킬수록 좋다.

    바야흐로 정가는 국감으로 바쁘다.

    그것도 열심히 해야 점수를 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대권향방에 더 쏠려 있다.

    총선공천에 줄을 서는 일부터 시작해서 그 뒤로도 자신의 정치생명은
    거기 몽땅 달렸으니 그럴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만큼 조용한 것은 함구령의 위력이다.

    그 기저에는 후계논의 자체를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손으로 보는 동양적
    사고가 깔려 있을지 모른다.

    이유야 어쨌든 아예 염불 제쳐두고 잿밥만 탐한다면 국민의 눈에도 난다.

    그러나 후임 논의를 원천 봉쇄하다시피 하고 현임자의 후임지명을 공식
    처럼 굳혀 간다면 대통령 직선제는 존재가치를 잃는다.

    정계는 물론 사회에서도 차기에 대한 공론이 나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혼란쯤은 국민이 극복해 낼 수 있어야 가히 민주주의 토양이다.

    그러나 국민의 입을 막기는 강물을 막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내놓고 고성은 발하지 않지만 바람결에 들려오는 온갖 소리의 숨결이
    이미 높다.

    그쯤 진지한 논의라면 끼리끼리 쉬쉬하며 수군대기 보다 멍석을 펴 공론을
    하는 쪽이 길게는 이롭다는 생각이다.

    우려한 대로 수면하 공론의 본 줄기는 ''절대로''가 붙은 지역 대립이다.

    그 ''절대''는 ''결사적''이랄 만큼 강도가 높다.

    이쪽이 집권하길 바라는 정도가 아니라 만일 저편으로 대권이 넘어가면
    이쪽은 다 죽는다는 사생결단의 거친 숨이 들린다.

    양남은 이점에서 영탄이다.

    이런 대결끝에 차기가 어느 한쪽차지가 될 경우 두지역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고래싸움에 나라 전체가 위태로울게 문제다.

    여기서 특정의 지역 - 정당 - 인물 3요소를 이리저리 조합한 몇개 복수안
    의 안출이 필수다.

    그런 다음 그중 최적안에 공감이 모이게 하는 작업이 절박하다.

    그 작업은 단 몇달에 끝내기 힘들고 꽤 시간을 요한다.

    그 전제로 문제 지역들의 유권자, 출신거물, 중심 정당들이 모두 한발씩
    물러서서 장대한 호흡으로 상황판단을 하지 않으면 국운에 입힐 상처가
    너무 치명적이다.

    그것은 통일에의 과정, 통일후의 나라 운영에도 파장이 미친다.

    남남간의 근시안적 니전투구가 끝나지 않으면 그 실수는 되물릴수 없는
    값을 치른다.

    96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요즘 뜀박질 선수 포레스트 검프, 50년 연속
    출장 야구인 칼 립켄, 걸프전의 흑인영웅 파월장군의 인기가 높다.

    3인의 공통점은 우직이다.

    풍요뒤의 무질서에 넋잃은 미국인들의 갈구를 느끼게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한도 끝도 없는 도대항-대장놀이에 매달릴건가.

    정신 차려 소탐대실 말고 양보가 곧 승리임을 터득하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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