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사람들, 특히 대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다.

제2차대전당시의 유대인수용소 생활을 그린 "신들러 리스트"라는 영화를
보면서 분개하거나 눈물을 흘리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같은 피를 나눈 몇10만명의 사람들이 서울에서 불과 200km
떨어진 북한의 강제수용소에서 "아우슈비츠"보다 훨씬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위의 글은 89년 당시, 북한의 대좌로 인민무력부 보위대학 연구실장으로
있다가 90년3월부터 92년2월까지 18호관리소에 수감됐던 강명도씨 수기의
일부이다.

그에 의하면 평남 북창군 득장에 있는 18호관리소는 강제수용소와 일반
수용소등 2중구조로 돼있고 약 100만평 부지에 약 5만명이 수용돼 있다고
한다.

그들의 생활참상은 우리의 상상을 넘는다.

그간 밝혀진 바에 의하면 북한에는 요덕 온성등 12개 정치범수용소에
약 15만명의 정치범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현재는 훨씬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

작년에 미언론연구단체인 프리덤 하우스가 전세계 191개국 인권상황을
조사한 결과 북한이 이라크 수단등과 함께 가장 열악한 국가로 분석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반면에 평양방송은 "북조선에는 인권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7월 노동신문은 "참다운 인권을 옹호하여"라는 논문에서 "우리식
인권"이란 "소수의 계급적 원수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고 "당과 영도자
를 충성으로 받들고 모든 것을 다바쳐 투쟁하는데 최상의 삶의 권리와 참된
인권이 있다"고 규정했었다.

이 논리대로 말한다면 북한엔 인권문제가 있을리가 없다.

그러나 인권이란 정치체제 이전의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기본적
권리라는 것이 세계공통의 개념이다.

그것을 "우리식 인권"이라고 강변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북한주민은 우리와 한 핏줄로 부당한 인권침해가 있으면 당연히 문제
삼아야 할것이다.

정부가 그간 북한인권문제의 공식 거론을 꺼려온 것은 남북관계를 고려
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짐작된다.

50차 유엔총회에서 정부대표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공식 거론했다.

북한정권은 아마도 내정간섭이라고 반박할지 모르지만 인권은 보편적
가치이므로 내정간섭이 될수 없다.

정부는 북한동포의 고통을 덜어줄수 있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추진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