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미얀마의 양곤에 사는 반단타 비싯사라라는 한 남자는 무려 1만
6,000페이지에 이르는 불경을 암송한 일이 있었다.

이러한 기억력은 비범하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양의 정보를 기억한다.

지난 시절의 경이적인 순간과 잊어버리고 싶은 사건들, 어렸을 적의
추억과 냄새들에서 일상대화의 어휘들에 이르기까지 기억의 종류는 다양
하다.

반면에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행해진 뒤에 곧바로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정반대의 현상은 사람들이 두가지 형태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장기 기억력과 단기 기억력이다.

장기 기억력은 정보를 수년 또는 수십년동안 기억하는 것이고 단기
기억력은 정보를 1분 넘지 않게 기억하는 것이다.

단기 기억력이라 하더라도 반복 또는 학습에 의해 장기 기억력으로
옮겨질수 있다.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기존 이론은 이러한 기억들이 뇌의 신경세포에
보존되어 있다고 보아왔다.

장기 기억력은 뇌바깥부위 전방의 신경세포에,단기 기억력은 뇌안쪽부위의
신경세포에 각기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일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는 뇌의 아주 광범위한 부분이
손상되지 않는 한 기억들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밝혀 주었다.

기억이 뇌라는 특정한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다.

그에 따라 심리학자들이나 일부 생화학자들은 기억이 뇌에 저장되어
있다는 주장에 다른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심리학자들은 기억력이 오감과 관련되어 있다고 믿어왔는가 하면 영국의
생화학자 루퍼트 셸드레이크박사는 기억을 뇌에 저장된 물리적인 기록이
아니라 정신이 형태반향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보았다.

기억이 140억개나 되는 뇌신경세포들의 기능적 상호연결로 이루어진다는
물리적 생화학적 기존이론에 비추어 본다면 너무나 황당한 가설이 아닐수
없다.

그런데 최근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뇌가 기억의
장임을 밝혀줄 결정적 단서를 찾아냈다.

생쥐 소뇌실험에서 기억되고 있는 뇌신경세포와 기억되지 않고 있는
뇌신경세포의 모습을 촬영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오랫동안 논란되어온 뇌와 기억의 관계를 규명해줄 이 연구의 개가는
인체의 또하나의 신비를 파헤쳐줄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