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우리나라에도 주택할부금융시대가 열린다.

집을 살만한 목돈없이도 전셋값만 있으면 들어가 살집을 마련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도 전셋값을 안고 집을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집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세입자에게 전셋값을 돌려주기
전에는 입주할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때 주택할부금융을 이용하게 되면 앞으로 전셋값만으로
집을 구입할 수도 있고 동시에 바로 입주할 수도 있어 내집마련이 훨씬
쉬워지는 셈이다.

재정경제원은 지난 7월말까지 12개 회사로부터 주택할부금융 내인가
신청을 받았으며 이달말이나 다음달초 내인가를 내줄 예정이다.

재경원은 설립신청서를 검토해 기준에 맞으면 모두 인가를 내주고
본격적인 영업은 내년 1월부터 시작하도록 할 방침이다.

신청업체별로는 대한주택사업공제조합이 세운 대한주택할부금융이 자본금
3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또 라인건설등 8개사가 설립한 한국주택할부금융을 비롯한 나머지
컨소시엄 신청업체들은 자본금이 200억~250억원에 달한다.

또 이들 업체외에 일반 할부금융회사들도 주택할부금융 업무를 취급할수
있다.

이에따라 건설회사를 계열사로 지니고 있는 현대 삼성 대우 쌍용 롯데
그룹등의 대기업소속 할부금융회사들은 대부분 주택할부금융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회사는 현재 정부의 세부지침이 나오는 대로 본격적인 영업개시
준비를 하기위해 인력확보및 조직구축등을 서두르고 있다.

주택할부금융업의 근거법률은 일반 신용카드사업에 적용되는 신용카드업법
으로 할부금융업에 관한 포괄적인 위임조항만 있지 세부지침은 백지상태에서
그려져야 한다.

재경원 중소금융과는 지난 11일 주택할부금융업무를 금융정책과에서 이관
받아 할부기간및 금액 수수료율제한등 구체적인 기준(업무방법서)을 마련중
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주택할부금융정책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할부대상은 주택건설업자가 지은 전용면적 40.8평이하의 완공된
신축주택이다.

주택할부금융의 도입배경이 현재 15만 가구에 이르는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분양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인만큼 이를 겨냥, 완공 주택으로 한정한
것이다.

또 완공주택에 대해 주택할부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미분양아파트
가 아닌 당첨아파트의 경우에도 계약금과 중도금을 낸뒤 입주할때 치르는
잔금에 대해선 할부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재경원의 정확한 유권해석이 나와야 알수 있으나
재경원이 허용하는 쪽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지금처럼 선분양후입주 제도아래에서는 미분양 아파트와 분양된
아파트라도 잔금지불시에만 주택할부금융을 할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중에 후분양제도가 시행되면 주택할부금융시장은 주택은행
시중은행등의 주택자금대출에 견주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할부금융을 받을수 있는 자격은 무주택자를 우선으로 하고 작은 집에
살다 식구가 늘어 큰집으로 옮겨야 하는 수요자를 위해 1가구1주택 세대주
에게도 주어진다.

융자금액과 기간 이율등은 정부가 가이드라인만 정해주고 구체적인
기준표는 할부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주택팩토링 이형재상무는 "융자금액은 40.8평이하 주택의 평균
분양가 1억2,000만원의 40%인 4,500만~5,000만원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
했다.

이상무는 "이율은 정부가 할부금융업체에 어떤 조건의 장기금융채를
허용하느냐, 즉 자금조달 코스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단기의 경우
현 실세금리를 반영,연15%선에서 형성되고 10년이상의 장기는 연10%안팎의
저리로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할부금융업체들은 고객의 수요에 맞게 기간 금액및 이율등을 다양하게
개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할부금융제도가 생각보다 큰 이점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주택은행 경제연구실 이중희 연구위원은 "주택할부금융사들은 시중실세
금리와 연동된 자금을 조달해서 지원하기 때문에 싼 정책자금을 빌려주는
주택.국민은행등의 주택자금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월상환액이 무주택자가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 실제
주택할부금융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고소득층에 한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정구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