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초에는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게 정말 반가웠읍니다.

젊은 선수들이 잘 쳐야 한국프로골프가 발전하는 것이고 나 자신도
더 분발할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했죠. 사실 자신도 있었읍니다.

그런데 어느덧 시즌 종반이에요.

우승은 해야 되겠는데 남은 대회가 두개뿐이라 솔직히 초조하기도
합니다.

시즌 전반에 1승이라도 건졌으면 여유를 갖고 후반기에도 예년이상의
성적을 올렸을 것 같은데 올해는 정말 힘이 듭니다.

이번에야말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바보짓을 말아야지요"

최상호(41, 남서울CC, 엘로드)는 여전히 웃으며 말한다.

그러나 미소는 잔잔하지만 그는 진정 우승이 절실한 모양이다.

최는 월드컵출전관계로 10월의 삼성매스터즈에는 참가하지 못한다.

결국 남은 대회는 이번 제15회신한동해오픈과 다음주의 SBS최강전뿐인데
그의 입장에서는 오픈대회에서의 우승이 더 값질 것이다.

21일 한성CC서남코스에서 벌어진 대회 첫날 경기에서도 최상호골프는
역시나 선두권을 유지했다.

버디6개에 보기3개로 3언더파 69타의 공동선두(오후5시현재 중간종합)
이다.

버디가 6개라면 퍼팅을 비롯한 전반적인 컨디션이 괜찮다는 얘기다.

그는 5번홀(파4,388m)에서 무려 16m짜리 롱 버디퍼트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그런 럭키 퍼트는 금년들어 처음"이라는 최의 코멘트. 보기3개는
티샷이 벙커에 빠지는등 "보기 온"에 기인한다.

3퍼트는 없었다는 의미. 첫날3언더는 "불만없는 출발"이 분명한데
과연 남은 3일간 어떤 굴곡을 보일 것인가.

<>.이날 공동선두는 지난해 우승자인 인도의 지브 밀카 싱을 포함,
무려 7명이다.

밀카 싱은 이날 최종홀에서 60cm 버디퍼트를 실패, 단독선두의 기회를
잃었다.

그러나 그래도 내심 연속우승을 노릴만한 극히 행복한 스타트인
셈이다.

공동선두권에 포진한 선수들은 대부분이 늘 보고 듣던 선수들이다.

조철상(엘로드), 신용진(팬텀), 양용남, 박노석등은 평소에도 잘 치는
선수들 아닌가.

김종덕(아스트라)과 지난번 한국오픈우승자인 권영석(아스트라)은
각각 1언더파 71타였다.

유명선수중에는 박남신(팬텀)이 다소 부진, 버디3, 보기3, 더블보기
1개로 2오버파 74타를 쳤다.

<>.우승경쟁권의 선수들은 첫라운드를 돈후 대충 "우승의 감"을
잡는다.

자신의 우승여부가 아니라 "이번 우승스코어는 대략 몇타가 될것이다"
라는 느낌이다.

그런 감는 코스상태나 날씨, 참가선수들의 수준등을 감안해서 나온다.

이날 선두권 선수들이 내놓은 우승예상은 "10언더파 이상"이다.

4라운드합계 10언더파 정도는 쳐야 우승경쟁권에 들 것이라는 분석.

결국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승권을 향한
스코어의 절대치"와 싸우는 셈이다.

"내가 10언더파수준을 쳤는데 다른 선수가 더 잘쳐서 우승하면 그건
할수 없어요"

첫날경기결과 최상호의 이같은 코멘트에 가장 걸리는 선수는 지브 밀카
싱일 것이다.

이번대회에는 총 169명(아마22명포함)이 최종적으로 참가, 3억2,000
만원의 총상금(우승상금 7,000만원)을 놓고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