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골프를 배우는 사람들은 으례 우드클럽은 메탈이고 이러한
메탈클럽에 왜 나무를 뜻하는 "우드"라는 이름이 붙게된 것인지
의아해 할 것이다.

사실 오륙년 전이 땅에 테일러메이드 메탈우드드라이버가 선풍을
일으키기 전까지만 해도 골퍼의 우드클럽은 거의 모두가 퍼시본우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온통 메탈우드천지가 되어 버렸고 그것도 시즌마다
첨단기술의 메탈우드가 새로 등장, 조금이라도 더 멀리 볼을 날리고자
하는 골퍼들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요즘 메탈우드 특히 메탈드라이버의 변모하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전자제품의 시장에서 엊그제 인기있던 상품이 불과
수개월 사이에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해버리는 드한 느낌을 갖지
않을수 없다.

다음은 요즘과 같은 메탈우드가 아닌 순수 우드클럽이 사용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런던교외에 있는 블랙힐스골프코스의 한 회원이 세인트앤드류스의
친구를 찾아가 함께 볼을 쳤다.

몇 홀을 지나서 캐디인 윌리암 로우는 한 골퍼가 가지고 온 기묘한
클럽을 일행들에게 보였다.

즉 블랙힐스에서 골프를 치러 온 손님의 우드클럽 밑바닥에 구리판이
찰싹 달라 붙여져 있는 것이었다.

"사장님, 어떻게 해서 이런 것을?"

"아아, 그거? 사실은 내가 속해 있는 골프장의 페어웨이는 자갈투성
이라네.
그래서 클럽의 밑바닥이 금방 손상되어 버리고 말지 이에 하는 수 없이
클럽소올의 마모를 방지해보려는 고육지책으로 통판을 붙인 것이네"

라운드 후 로우는 클럽제작의 명인인 로버트 호간의 가게로 찾아가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당시의 클럽은 생긴 그대로 소올이 시작되는 가장자리부분에 소뿔판을
붙인 정도여서 마모가 심하였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호간은 크게 힌트를 받았다.

당장 지신의 클럽의 소올에 동판을 붙여서 세인트앤드류스로 가서
볼을 쳐 보았다.

블랙힐스와는 달리 세인트앤드류스의 페어웨이는 자갈이 없었기 때문에
호간은 일부러 길바닥에 볼을 올려 놓고 쳐 보았다.

마음껏 쳐댔는데도 긁힘자국만 남아 있을뿐이었다.

"이것 대단한데! 드디어 이것으로 소올의 마모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전에 없이 볼이 높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즉 저중심이 발견된 것이다.

마멸방지와 저중심. 단 한장의 동판이 클럽에 혁명을 가져오는 순간
이었다.

모든 운동경기 가운데 골프는 가장 다양한 용품이 사용되는 경기로
정평이 나있다.

또한 모든 골프용품에는 최첨단의 과학과 소재가 응용되고 있다.

클럽의 발전하는 모습을 더듬어 보더라도 골프강국은 과학과 산업에
있어서 선진국임을 알게 된다.

바로 미국이 그렇고 일본이 그렇다.

이런 뜻에서 필자는 골프를 할 때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 명품
개발과 더불어 미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골프강국이 되길
기원하곤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