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5일은 우리나라가 35년간의 일제치하에서 벗어나 국토와 주권을
되찾은 광복 50주년이자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된지 50년이 되는 우리
민족사에 전기적인 날이었다.

우리민족은 광복의 기쁨을 나누기도 전에 동서간 이념대립에 의해 국토가
두동강이 나는 비극을 맞게 되었다.

이어서 3백만명 이상의 사상자와 1천만명 이상의 이산가족을 낸 동족상잔의
6.25전쟁이 발발해 남북분단을 더욱 고착화시켰다.

지금 우리나라는 한 혈육이 하나가 되는 통일을 이룩하지 못한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광복 반세기를 평가하고 다가올 광복 1세기를 향한 우리의 과제를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지난 반세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국력성장기로 기록될 것이다.

민족적 역량을 집약시켜 분단과 전쟁, 대물림된 가난, 정치적 사회적 갈등
과 반목, 국사독재 통치, 권위주의, 민주화 투쟁등 엄청난 역사적 시련을
극복하면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해냈다.

우리나라는 금년말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진입하게 되며 선진국의 대열인 OECD가입도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기나긴 반세기를 넘기면서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이룩하지 못한
책임을 역사앞에 지고 있다.

고도경제성장 앞에는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제로섬 게임처럼 반복되고 있다.

경제성장은 의식과 생활패턴을 구조적으로 변화시켜 의식의 선진화, 소비의
고급화, 생활의 서구화를 가져온 반면 물질만능, 배금주의 향락과 퇴폐문화
의 범람, 범죄증가, 심각한 환경오염, 대형사건과 사건의 연이은 발생등
고도산업사회병을 새로운 걱정거리로 제공하고 있다.

광복 1세기를 향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이룩하고 경제성장은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발전을
달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약점인 적당주의, 지역주의, 이기주의를 청산하고 도덕적 정의사회
가 구현되고 법과 질서가 존중되며 깨끗한 환경과 전통문화를 계승발전
시키며 친절을 행동규범으로 삼는 통일한국의 새모습을 기대해본다.

10년후인 2005년 세계 선진국 대열의 진입은 구호가 아닌 가능한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총동원하여 국력화할때 가능해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