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이라해서 거부감은 없습니다. 종업원들은 오히려 삼성의 문화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하야가와 히토시사장)

도쿄부심지인 시나가와에서 교힌큐코선기차를 타고 요코하마쪽으로
세정거장을 가면 아오모노 요코초란 역이 있다.

이역에서 7분정도를 걸어가는 스미토모부동산건물에는 럭스라는 유명한
오디오업체가 입주해 있다.

중소업체임에도 불구,"럭스맨"이란 브랜드로 세계적명성을 얻고 있는
기업이다.

이회사는 광복50주년을 맞는 오늘 한국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느끼게 하는
기업이다.

70년의 역사를 갖는 일본기업이지만 사실상 한국기업이 돼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을 매수한 제1호가 바로 이회사다.

럭스가 한국기업이 된 것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가 제3자할당증자를 통해 발행주식의 50.8%를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창립30년에 불과한 회사가 일본의 최고오디오기업을 거느리게된 것이다.

한일경제사에 한획을 긋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럭스는 매출이 20억엔, 종업원수도 60여명에 불과한 소규모회사다.

음의 질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취지로 트랜지스터식 앰프와 진공관식앰프를
전문생산해왔다.

67년 세계최초로 프리메인앰프를 제작하고 70년대중반엔 미국시장에서도
명성을 얻는등 럭스맨브랜드를 지구촌의 오디오마니아들에게 깊이 심었다.

그러나 오디오시장의 추세는 디지털식앰프가 석권해 질높은 음악만을 고집
하는 이회사와는 반대방향으로 흘렀다.

럭스가 경영위기에 빠졌던 것도 이에 기인한다.

90년 3월결산에서 73억엔에 달했던 매출액이 94년3월에는 18억엔으로
곤두박질쳤다.

손익구조도 악화돼 93년이후 거액의 적자를 면치못했다.

럭스는 회사가 어려운 와중에서도 제품의 명성은 그대로 유지해왔다.

50만~1백만엔대 메인앰프의 경우 지난해 전문가들의 평가에서 최우수평가를
받았고 여타부문에서도 대부분 5위안쪽에 랭크돼 있다.

삼성전자는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본래사장인 하야가와씨에게 회사를 그대로
일임하고 있다.

한국측대표인 허영준상무는 "경영상 아주 긴요한 문제가 발생할 때만
삼성측도 결정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세계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보라"는 것뿐이다.

기업을 인수한 회사치고는 너그럽기 짝이 없는 요구다.

이에대해 하야가와사장은 "다시한번 월드베스트에 도전해볼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음악마니아들에게 감동을 줄수있는 오디오를 만들어 보겠다"며
분발의 의지를 보인다.

종업원들에게 삼성가족이 됐다는 인식을 심는 방법으로는 비디오를 활용
하고 있다.

그룹에서 방영되는 비디오테이프를 갖고와서 회사의 장단점에 관련된
것들도 여과없이 방영한다.

허상무는 "이러는동안 삼성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늘게될 것"이란 말로
삼성측의 생각을 대변한다.

그렇지만 삼성이 이회사를 무조건 도와주기 위해 사들인 것은 물론 아니다.

삼성측이 얻는것 역시 결코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럭스를 통해 삼성전체의 오디오기술수준을 끌어
올릴 수있다는 점이다.

실제 삼성은 이미 본사와 럭스를 통신으로 연결, 설계등에서 공동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럭스는 올회계연도에는 지난해보다 15%가량 늘어난 23억엔의 매출을 계획
하고 있다.

경상손익면에서는 1억5천만엔정도의 적자를 예상해 왔지만 최근엔 적자를
면해보자는 쪽으로 목표를 강화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손익에 매달리기보다 전문성을 살리고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다.

럭스는 올해와 내년을 월드베스트도전을 위한 준비의 해로 설정, 현재
개발중인 "B10" "C10"이란 프리앰프와 메인앰프모델을 오는 11월께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모델을 성공시킨후 고급중에서도 최고급모델인 말그대로의 월드베스트
개발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럭스는 확실히 삼성의 참여를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앞으로는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히는 하야가와사장은
제2의 역사를 창조하는 꿈에 가득차 있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