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김영삼 대통령이 30대그룹 회장들과 만나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계기로 삼성그룹을 비롯 대기업 그룹에서는 협력 중소기업체에
대한 현금결제확대와 경영지도 등의 방안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다.

재경원에서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던 중소사업자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대통령이 나서서 중소기업을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김대통령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기존 정책이나
제도의 틀을 뛰어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특별법
제정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챙기는 "중소기업 살리기"가 과연 어떠한 효과를 나타낼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나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심각한 지경이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9%수준인 호황속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잇단
부도로 쓰러져갔다.

상반기 부도업체수는 6,559개로 작년 상반기 4,943개보다 32.6%나
증가했다.

이중 대기업은 4개뿐이었으니 부도로 쓰러진 기업은 모두 중소기업이다.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다소 떨어지고 경기가 조정국면으로 들어갈 때
중소기업이 겪을 어려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지원방안"을 환영하면서도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올들어서도 지난 2월"중소기업지원 9대시책"을 발표했고,5월에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획기적으로 덜어주고자 상업어음 할인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바 있다.

2월의 시책발표때 정부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이고 모든 부문을 망라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시책이 약효가 떨어진 것이다.

대책을 발표하면 중소기업이 곧 활력을 찾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그럴싸한 지원책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자금공급에 한계가 있는데 자금지원만으로 중소기업을 살려낼 수도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강조한 대통령의 당부는 옳다.

중소제조업체 제품의 70% 이상을 대기업이 구매한다는 점에서 납품대금의
현금결제 확대등 조치는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형편이 나은편이다.

문제는 소위 중견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또 대기업과 관계없는
독립 중소기업 또는 중소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설 자리가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재경원은 대기업의 하청및 납품업체에 대한 대금결제 관행이 개선되도록
대기업이 발행하는 어음규모를 통상산업부가 조사,공표토록 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는것 같다.

법에 명시돼 있는 "자금결제기일 60일이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또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중소기업지원은 대기업에만 맡길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

기업이라 해도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다.

중소기업 지원시책은 언제나 소문난 잔치나 다름없었다.

이번에는 먹을 것이 많도록 실제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대책이
체계적으로 나왔으면 한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정부가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또
한번의 대책으로 끝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