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세 <행정학 박사>

정부는 최근 제7차경제사회발전5개년계획을 마지막으로 5개년계획을 종결
하고, 장기비전을 제시하는 20년 단위의 경제개발계획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5개년계획이 정권교체주기와 일치하지 않으며, 정부의 권한
축소와 지방자치제 실시등 경제여건의 변화를 거론하고 있다.

또한 20년 장기계획을 기본으로 하되,재정 복지 사회간접자본 농어촌
중소기업 과학기술등 분야별로 5년 단위의 중기계획을 수립하여 보조계획
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먼저 대통령의 임기와 맞지 않아 5개년계획을 20년계획으로 대체
한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대통령의 임기와 맞지 않을 경우 5개년계획의 폐지 이외에는 방법이
없느냐 하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수 없다.

5개년계획 대상기간을 대통령의 임기에 맞추어 바꿀수도 있고, 대통령의
임기보다 1년 늦추어 설정하는 방안도 제안될수 있다.

다음으로 정부의 권한 축소와 지방자치제 실시로 종래의 중기계획체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20년계획으로 대체한다는 주장도 타당성이 없다.

정부의 권한 축소와 정부의 계층화등 여건의 변화가 발생하였다면 중앙
정부의 권한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민간부문 지방정부
영역 등은 유도계획으로 대체하는 방안 등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여건의 변화를 20년장기계획이 5개년계획보다 효율적으로
수용할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상과 같이 5개년계획의 폐지는 5개년계획이 본질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
할수 없을때 폐지가 검토되는 것이지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인하여 폐지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그렇다면 20년계획은 대통령의 임기와 맞느냐 하는 차원에서 정부측
논리를 반박할수도 있다.

한국에 있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기 때문에 20년계획은 더욱 더 대통령
의 임기와는 괴리되는 것이다.

더구나 10년 이상의 국가계획은 엄밀한 의미에서 계획이라기 보다는 전망
의 성격이 강하다고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재정 복지 등 분야별로 5년 단위의 중기계획을 수립하여 보조계획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는데,이러한 분야별 계획들이 체계적인 조정없이
수립된다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며 만약 체계적인 상호조정을 통해 수립된다면
기존 5개년계획의 기본틀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반문을 하지 않을수 없다.

이러한 정책결정의 문제점 지적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한국
기획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첫째, 5개년계획과 연차계획등 한국의 기획경험및 제도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매우 미흡하다.

한국은 과거 60년대 이후 급속한 성장을 지속하여 왔고, 그 과정에서
5개년계획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최근 한국에서는 경제성장이 삶의 질로 연결되지 못하였고, 환경을 경시
하였으며, 부실공사 등을 용인하는 급속한 경제성장의 후유증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이 경제적 성과의 공을 전부 상계시키는 것인지,
공과과의 논리가 개발추진당시의 상황에서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부작용이 한국경제의 본질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개발전략상의 문제인지,
개발을 추진하는 운영과정에서 파생된 것인지에 대한 분석과 검토가 이루어
져야 한다.

한국경제성장의 중심도구로서 경제운용의 기본틀을 설정하여 왔던 5개년
계획에 대한 분석과 검토가 이처럼 단편적이고 피상적으로 행해짐으로써
과거 30년이상을 축적하여온 기획역량과 경험이 확대재생산되지 못하고
최근에는 평가절하되고 있으며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둘째,한국에서는 과거의 경험과 우수한 제도를 경시하고 외국의 제도를
맹종하는 역사성과 뿌리없는 제도개편이 기획체제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5개년계획은 중기종합계획이므로 이를 연차별로 구체화하고 부문별로
세분화하는 연차계획으로서 과거 60년대말 이후 70년대후반까지 총자원예산이
사용되었다.

총자원예산은 한국의 독특한 제도로서 5개년계획의 실현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예산과의 순기상 문제점이 지적되자 이를 보완 개선하는 것이
보다 타당함에도 총자원예산을 폐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80년대초 이래 채택되고 있는 중기재정계획제도는 외국의 제도를
모방한 것으로 충분한 사전검토와 준비없이 접목시키다보니 그 내용에있어
신뢰성이 떨어질뿐더러 중앙 각부처의 호응을 얻지못하고 내부검토용으로
실효성 없이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5개년계획기간 동안의 재원동원 가능성과 재원배분방향을 제시
하고자한 중기재정계획제도는 이미 그 목적과 의도가 과거 5개년계획을
통하여 수행되어 오던 사항으로 기존 5개년계획에서 재정부문을 보다 명확히
체계적으로 검토하도록 하여도 충분한 사항이었다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