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성 <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

우리나라가 30년이란 짧은 기간동안 이룩한 고도경제성장은 세계적으로
보기가 힘든 놀라운 성과로 국내외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성장모델을 이용하여 경제성장을 앞당기려는 시도들이
후발개도국에서 한창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지구상의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위하여 노력했으나 성공한
나라는 얼마되지 않았다.

우리가 몇 안되는 성공한 나라중의 하나가 된것은 자랑스럽게 여겨야할
부분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국민의 근면과 인내 그리고 높은 교육수준등이 함께
어우러져 나타난 결과로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고도 경제성장은 그에 따른 많은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생활수준향상에 이은 과소비는 에너지소비급증을 가져와
90년이후 에너지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석유와
전기는 각각 연 20%,15%의 높은 증가율을 보여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있다.

또한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에너지소비가 10년마다 2배이상 증가하고 있고
절대량으로 볼때 94년현재 1억3,700만TOE(석유환산t)로 세계 10위의
에너지소비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소비의 급격한 증가는 에너지의 해외의존도를 지속적으로
증가시켰다.

94년의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96.4%를 기록하였고 총에너지수입액은
150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수입액의 14.8%를 차지함으로써 에너지자립도약화
에 따른 에너지안보상황의 악화가 날로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중동지역에 대한 석유의존도는 74.6%로 지역적 편중이 심하여
경제불안요인이 되고있다.

한편 경제성장이 진행됨에 따라 에너지이용효율이 향상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88년이후 에너지총소비량을 GNP로 나눈
에너지원단위가 오히려 계속 상승하여 전반적으로 에너지이용효율이
감소하고 있으며 선진국이나 여타 비슷한 소득수준국가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산업, 상업및 가정,수 송등 모든 부문에 걸쳐
에너지이용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중화학설비의 증설과 자동차보급증가 등으로 급격히
악화되었다.

앞으로 생활수준향상과 환경문제등으로 인하여 고급 에너지인 석유 가스
전력수요가 급증하여 에너지이용의 비효율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에너지이용은 경제활동과 분리할수 없으며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이다.

경제활동이 확장될수록 에너지이용은 늘어날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환경오염은 증대될수 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82%로 어떤 다른 나라보다
높다.

동일한 에너지를 사용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오염배출물이 많을수
밖에 없어 환경오염은 보다 가속될 것이다.

이와같은 에너지사용추세가 계속될 경우 이산화탄소의 경우 93년
총배출량이 8억2,300만 탄소t(1인당 배출량 1.8탄소t)으로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나 2000년에는 1인당 이산화탄소배출량도 현재 일본과
EC의 평균수준을 초과하고 총배출량은 세계10위권내에 진입이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는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선진국중심으로 환경관련 규제와
에너지효율 규제는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외무역의존도가 80%를 넘는 수출주도형 경제이며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인 미국 유럽 일본등이 지구환경문제에 적극적임을 감안할때
에너지의 방만한 사용은 시급히 대처해야할 국가적 과제이다.

또한 환경문제의 심화와 함께 에너지시설의 입지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방자치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환경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국민생활수준
이 향상됨에따라 환경과 안전에 대한 욕구가 증대될 것이므로 중앙집중적인
대규모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및 폐기물처리장 입지확보의 어려움은
심화될수 밖에 없다.

그리고 늘어만 가는 에너지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생산시설에 대한
막대한 투자비가 집중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연평균 전력수요량이 매년 약 6.5%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여
2006년까지 현재의 2배에 해당하는 발전설비 4만4,820 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이에따른 건설투자비는 경상가격으로 매년 약 5조원이 소요될것이
예상되는데 이 재원조달이 상당히 어려울것이다.

석유소비도 2000년에는 90년 소비량의 약1.9배인 68억배럴에 이를 전망인데
이에따른 정제설비및 송유관 건설에도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에너지부문의 막대한 투자수요는 도로 철도 주택등 여타 투자수요와 맞물려
있어 투자재원 조달이 어려운 실정에 있는것이다.

이와같은 현실에서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달성하면서 재원조달문제
와 입지문제, 부존자원의 한계, 국제환경규제등의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이다.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들의 기존
생활방식이 변화되어 자원과 공존하는 가치체계를 확립해야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소비를 확립해 나가야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소비는 자원고갈과 환경피해를 초래하지 않는 소비로서 재화의
소비시 양보다는 질을 선호하고 꼭 필요한 재화만을 구입하며 사용가능한
재화는 내구연한대로 최대한 사용하여 자원을 아끼고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소비가 이루어질때 기업의 의식도 변화시켜 기업으로
하여금 환경친화적 제품, 에너지 절약적 제품, 내구성이 높은 제품, 재활이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해야 할것이다.

이것이 결국 에너지소비감소를 통한 에너지비용감소와 환경오염감소 그리고
환경방지비용등과 같은 부대비용의 감소를 가져와 최소자원으로 최대의
만족을 주는 질높은 제품을 만들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경제주체의 부담을 경감시켜 우리가 추구하는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길이
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