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중호 < 서울대 부총장 >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외국잡지를 뒤적이다가 재미있는 몇장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이사진들은 일련의 미국 중.고등학생들이 미우주항공국 휴스턴 통제소에서
우주선 "엔데버"호에 실리는 각종 실험에 참여하면서 그곳의 과학기술자들과
서로 의논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우주선의 제작이라면 첨단기술의 집합체이며 또한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중.고등학생들은 이러한 고정된 관념을 떠나 그들이 생각하는
기초적인 실험종류를 결정하고 100여개의 실험관과 인공위성사진을 찍을
카메라를 Pag Load(인공위성등을 탑재하는곳)에 실어 이를 발사하게 되었다.

이들 실험중에는 공동묘지에서 채취한 이끼가 우주에서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가라는 것에서부터 물방개의 생태변화, 지상기상변화를 관찰하는
사진측정등 중.고등학생들의 무한한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들이다.

이들의 실험을 위해서 미국우주항공국은 많은 시간과 몇백만달러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었다.

이러한 대민봉사를 함으로써 중.고등학생들에 대한 과학기술의 인식도를
높임과 동시에 점점 식어가는 우주선계획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 미우주항공국이 뜻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의 관심을 끈것은 이러한 일들의 내용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이름이 "Can Do Project"(할수있다 프로젝트)이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사람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 "CAN Do"라는 로고를 붙이고 있다
는 것이었다.

"우리도 할수 있다"라는 구호는 30여년전 새마을 운동을 할때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말이다.

그것이 30여년이 지난 오늘날, 그것도 미국이란 나라에서 최첨단 과학기술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쓰여진다는 것이 나로 하여금 착잡한 감회가 고되게
만들었다.

"하면된다" "할수있다"하는 문화는 우리나라 60년대, 70년대를 주도하였던
것으로 이러한 문화의 유산으로 우리는 지금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의 과정은 무시한채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이로인해 사회의 도덕적 기준이 땅에 떨어졌고 심지어 대학에서까지도
문제의 답에만, 또는 성적에만 관심이 있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가 하는
과정은 관심밖에 일로 되어 버렸다.

그러나 미항공우주국의 "할수있다"프로젝트와 우리가 목표로 하였던
60~70년대의 "할수있다" 문화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수 있었다.

미국의 이 프로젝트는 이미 약1년전부터 추진되어 왔고 이를 위하여 학생과
인솔교사가 계속하여 조사연구하여 왔다는 사실이다.

장기간에 걸친 치밀한 계획하에 모든일이 진행되어 왔고 그 복잡한 우주선
의 일도 해낼수 있다는 자신감을 넣어주기 위하여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었다.

이제는 우리도 조금 여유를 가질만한 여건이 이루어 졌지만 아직도 "할수
있다", "하면된다"의 문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0~70년대에는 결과만이 중요한 일도 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빠른 시일내에 경제성장을 이룩하려는 국민적 공감이
있었던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대가는 매우 준엄하다.

법과 질서를 지키고 공정한 경쟁을 하기보다는 부도덕하고, 규칙을
어기더라도 결과만을 쟁취하면 된다는 논리가 사회에 팽배하게 됨으로써
오늘날 모든 무질서를 태어나게 했다.

요지음 일어나는 각종사고들, 무질서한 교통질서, 각종 부패등이 이문화의
유산으로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하겠다.

이웃과 더불어 모두가 같이 잘살수 있는 인간성, 도덕성의 회복에 노력하며
"할수있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서도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법과
질서, 도덕성을 지켜 나가도록 노력해야겠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도 국제사회에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있는
훌륭한 문화를 가진 나라로 발전할수 있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