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환경의 급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주 거론되는
방안의 하나가 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기관의 대형화다.

인수.합병을 통한 금융기관의 대형화를 지지하는 쪽의 논리는 명확하다.

금융시장 개방과 금융자율화로 국내외 금융기관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외국 금융기관에 비해 자산규모가 형편없이 작고 나눠먹기식으로 업무
영역이 세분화되어 있는 현재의 국내 금융풍토를 쇄신하지 않고는
살아 남을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합병에 소극적인 쪽은 합병으로 남는 인력과 시설을
과감히 줄이기가 쉽지 않으며 경영권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일기 쉽고
합병되는 은행들의 기업문화 경영방향 전산기종 등이 서로 다른 경우
조정비용도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결국 문제는 대형화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대형화하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대형화의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까닭은 정부가
은행경영을 좌우하는 관치금융 풍토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금융자율화가 본격화되고 있고 업무영역 구분을 허무는
금융산업 개편안이 최근 발표되었으며 은행합병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은행합병을 효율적으로 이룰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정부는 합병대상을 지정하는 등의 직접개입 대신 여건조성에
주력해야 한다.

시장원리에 충실한 미국 금융산업의 경우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합의에
따라 대규모 은행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합병뒤 수익성
향상을 위한 후속조치도 신속 과감하게 시행된다.

이에 비해 일본의 금융풍토는 미국과는 달리 대장성의 입김이 절대적이며
수익지향성이 약하기 때문에 대규모 은행합병뒤 감원 등에도 소극적이다.

중요한 것은 합병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합병을 통한 경영합리화이기
때문에 자발적인 합병추진이 중요하다.

둘째로 합병촉진을 위한 여건조성이 획일적일 필요는 없으며 유연하게
추진돼야 한다.

은행의 기득권 집착을 깨뜨리려면 국제금융및 직접금융에 대한 규제를
크게 완화해서 만성적인 초과대출 수요를 감소시켜야 한다.

아울러 은행합병에 앞서 규모가 작은 투금 신금 증권등 제2금융권의
합병이 추진될수 있으며 은행합병에서도 시중은행과 후발은행,시중은행과
지방은행,또는 지방은행들끼리의 합병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또한 합병에 따른 잉여인력및 시설을 쉽게 정리하기 위해 전직알선
직업훈련강화 고용보험활용 등을 고려할수 있다.

아울러 직장이동을 백안시하는 사회풍토도 변화돼야 한다.

끝으로 합병뒤의 주도권다툼을 피하기 위해 대주주의 경영권행사를
보장해줘야 한다.

정부가 대주주이거나 민간대주주의 경영권행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엄격한 직무분석을 통해 정원을 최소화하고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며 집단이기주의를 막기 위해 신상필벌원칙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