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5일은 6.25전쟁이 발발한지 45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6.25전쟁은 3백만명이상의 사상자와 1천만 이산가족, 엄청난 재산피해를
낸 동족상진의 비극적인 전쟁이었다.

포성이 멈춘지 반세기가 머지않은 지금도 전쟁의 상흔은 남아 1백55마일
휴전선의 철조망은 한민족을 남북으로 갈라 놓고 있다.

그리고 휴전선보다 더 깊고 길게 둘러쳐진 남북한 사람들의 마음속의
철조망은 제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바로 6.25 45주년이 되던 그날 우리정부가 북한에 보내기로 합의한 15만t의
쌀중 2천t을 실은 우리 국적선 씨 아펙스호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합창
되는 가운데 동해항을 출발해 북한으로 향했다.

TV화면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6월25일은 우리민족에게 숙명의 날인가 하는
의구심과 아이러니 새로운 감회에 젖은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잊을수 없는 6.25전쟁을 일으킨 북한당국은 북한동포의 굶주림을 채워주기
위해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동포애를 발휘하여 쌀북송을 결정한 한국측에게
화해의 손짓을 보내기는 커녕 산투적인 언동을 계속하고 있다.

필자는 북송쌀이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북한은 무력이 아니라 경제력의 우열로 통일의 승부가 결판난다는 역사의
교훈을 인식하고 이데올로기를 통한 억압적인 통치수단을 포기해야할
것이다.

또한 극심한 식량난의 해결책을 외국에 구걸하는데서 찾지 말고 한국의
민족애에 호소하는 지혜를 갖기를 바래본다.

통일의 길은 멀고 험하지만 남북한 사람들의 잦은 왕래, 경제 문화 종교등
비정치적인 부문에서부터 협력관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반세기 동안 서로
다른 틀에서 살아온 남북한 사람들의 이질적인 요소를 줄여 나가면 찾을수
있다.

5000년 역사속에 간직해온 우리민족의 동질성을 찾는 것이 통일을 향하는
지름길이다.

우리민족의 염원인 통일은 남북한 당사자들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민족적
염원을 한데 모을때 가능해진다.

이번 북송쌀이 통일을 위한 참회와 화해의 제물이 되어 통일고지에 성큼
다가설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