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엿새째를 맞은 실종자가족들은 이제
몸도마음도 지친 채 시신이나마 온전하게 수습하기만을 바라는 모습들이다.

아직도 몇몇 실종자가족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는 가족의 생환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절망감으로 빠져들고 있다.

서울교대 체육관에 모여있는 실종자가족 5백여명은 한때 사고현장 근처로
몰려가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모두
가족을 잃은 슬픔을 이겨보기 위한 안간힘일뿐이었다.

4일 현재 서울시 사고대책본부가 집계한 실종자수는 3백43명.

<>.구조작업현장에는 이틀째 중장비가 투입돼 무너진 각층의 천정을
걷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지만 콘크리트더미가 워낙 많아 시신수습마저 여의치
않은 상태.

사고대책본부는 중장비투입 하룻동안 걷어낸 잔해는 총 4천t이라고 밝히고
붕괴된 건물잔해가 5만t이상인 점을 감안, 잔해를 모두 걷어내는 데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

대책본부는 이럴 경우 지하1,2,3층에 대한 사체수습도 자연 늦어질 수밖에
없어 사체의 부패정도가 심할 것이라고 우려.

<>.사고발생 엿새째인 4일 발굴된 사체들은 신분증이 없으면 외견상 신원
파악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패가 심한 것으로 확인.

이날 오후3시 5분께 발굴된 한 여자사체의 경우 얼굴이 부패하고 지문이
모두 지워져있어 유가족찾기가 쉽지 않다고 강남성모병원측은 설명.

여기에다 이 여자사체의 손가락에 백금반지가 끼워져 있는 외에 신원을
파악할 만한 신분증이 없는 상태라고 병원측은 부연.

잔해제거작업중인 현장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내린 비와 화재로 인한
가스로 인해 사체의 부패정도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압사된 채 신원확인이 어려운 실종자사체가 잇따라 발굴될
것에 대비, 사체처리원칙을 수립.

대책본부는 우선 신원확인이 가능한 사체와 불가능한 사체를 구분,신원
확인사체는 사고현장에서 원거리에 있는 병원에, 미확인자는 인근병원에
안치키로 결정.

미확인 사체가 안치될 병원으로는 강남성모병원, 삼성의료원, 시립강남
병원으로정해졌으며 이곳에는 여자사체만 안치, 가급적 실종자가족들이
쉽게 시신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

또 미확인 남자사체는 을지로에 위치한 국립의료원으로 후송키로 했다고
부연.

<>.실종자에 대한 원활한 구조.발굴작업을 위해 대책본부는 그동안 종횡
무진했던 자원봉사자 인력을 1백35명으로 제한.

군경소방구조대는 이들을 3개팀으로 나눠 각 구조대의 지휘하에 구조작업
을 벌이도록 해 구조작업현장에서의 지휘체계를 확립.

그러나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지금까지 구조작업에 앞장섰던 것은 자신들
이었다"며 투입인력제한 결정에 대해 반발하기도.

<>.이날 오전 7시30분께 B동 지하4층 기관실에서 통일원 김선호협력과장
(40)이 아들 기표군(8.신상도국교1)과 함께 숨진채로 발견돼 동부시립병원에
안치.

사고당일 김씨는 외아들 기표군에게 선물을 사주기위해 백화점에 들렀다가
변을 당한것.

김씨부자의 사체를 발견한 시민구조대 위대봉씨는 "김씨부자가 1m도 채
안되는 거리에서 서로에게 손을 뻗힌 채 발견됐다"며 "아들 기표군은
흰반바지에 왼손에는 과일봉지를 쥐고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청와대외교안보 수석실내 통일비서관실 서기관으로 근무하다 지난
3월 통일원 협력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중이었다.

<>.강남성모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성당에서는 이날 오전 7시50분 사투
71시간에 구조됐다가 2시간만에 숨진 고이은영양(21.세례명 마리아)의
장례식이 유가족 친지등 30여명의 조문객이 참가한 가운데 통곡과 오열속에
엄수.

가톨릭방식으로 치러진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은 "구조가 조금만 빨랐으면
은영이가 살 수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오전8시30분께 서울동부시립병원에서는 18세의 꽃같은 나이에세상을
떠난 서문여고 3학년 정담비양(18)의 장례식이 같은 반 친구들과교회신도등
90여명이 바라보는 가운데 치러져 주위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했다.

정양의 담임선생이 담비의 영정앞에서 "담비는 우리반 학생중 가장 성적이
우수했고 성격도 좋아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이렇게 일찍 세상을
뜨다니 할말이 없구나"라고 말하자 식장은 일순간 울음바다가 됐다.

<특별취재팀>

>>>> 추가확인된 사망자 명단 <<<<

<> 문광숙(42.여) <> 김선호(39) <> 김기표(8) <> 오선국(88)
<> 윤난희(27.여) <> 이선화(3.여) <> 이선자(25.여)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