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회 임시국회가 15일간의 회기로 5일 소집된다. 지난 5월 민주당
단독으로 소집됐던 제175회 임시국회가 개회식만 하고 회기내내 유회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 임시국회는 여.야 합의로 열리게 돼 돌출현안이 없는
한 파행 운영은 면하게 될 것 같다.

그러나 6.27 지방선거 이후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한 여.야간 신경전이
날카로운데다 선거사범 처리와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대북한 쌀지원,
외교문서 조작의혹, 통합선거법 개정문제등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기도 한다.

우리는 여.야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그동안 정치공방으로 인해 방치돼온
각종 민생관련 현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삼풍백화점 참사를 계기로 그 필요성이 절실해진
재난관리법 제정은 이번 회기중 꼭 처리돼야 할 것이다.

재난관리법 제정과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형 재난의 구조
복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둔 효율적 종합적 재해
대책 체계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재난관리법 제정과 함께 국회는 ''부실 시공.관리방지 특별법''을 제정
하라는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지난 60~70년대에 지어진 건물뿐 아니라 200만가구 건설사업이 추진됐던
88년 이후에 지어진 새 건물들 조차 붕괴위험이 적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있고 보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서라도 재발방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여론을 그냥 들어넘길 일이 아니라고 본다.

부실 시공.관리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법률의 정비가
시급하다.

그 다음 이번 임시국회가 관심있게 다뤄야 할 현안은 대북한 쌀지원
문제다.

애당초 쌀지원은 여론의 수렴과정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져 선거용
''깜짝쇼''라는 비판도 나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받는 측보다 오히려 주는 측에서 서두르다 보니 쌀 실은 배가 인공기를
게양하는 ''주권포기 행동''을 자초했는가 하면 북한 당국자의 어정쩡한
''유감''표명 한마디에 쌀수송을 즉각 재개키로 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대북 쌀지원은 어떤 식으로든 국민의 동의를 받는 절차가 필요하며
국회는 일관성있는 대북 정책수립에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통합선거법 개정문제가 또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여당은 6.27 지방선거 직전에 제기했던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배제
주장을 다시 들고 나올 태세인데 반해 야당인 민주당은 오히려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하자는 의견이어서 쉽게 결말이 나지 않을듯
싶다.

우리는 여.야를 막론하고 극도로 불안한 민심을 살펴 이번 임시국회에서
만이라도 불필요한 정쟁을 지양하고 민생관련법 정비에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한다.

정부 여당은 이번 임시국회를 민심의 이완과 동요를 해소하기 위해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며 야당도 일부 지방정부의
집권당으로서 국정책임의 일부를 나눠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