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지방선거 결과 민자당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참패, 마감될듯하던
3김시대가 되살아 났다.

정치권이나 국민들은 이번 선거가 현정부의 국정운영스타일, 잇단 각종
대형사고등에 따른 민심이반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들은 이제 자신들이 원했던 원치않았던간에 선거결과로 도래한 "신3김
시대"의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김이 향후 어떠한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 정치는 또다시 엄청난
변혁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현직대통령인 김영삼,수도서울의 민선시장을 차지한 민주당의 실질적인
"오너" 김대중, 30여년간 여권의 2인자로 있다 다시 자신의 본거지인
충청권과 강원도에 자민련 돌풍을 일으킨 김종필.

이들 3김은 이제 지역갈등이니 세대교체니 하는 일부의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리정치의 구심점역할을 하게 됐다.

3김은 지난 79년 10.26이후 도래한 80년 "서울의 봄"과 87년대선및
여소야대를 탄생시킨 88년 총선때 한국정치의 핵으로 상호 경쟁과 협력.
대립의 관계를 되풀이했었다.

물론 이들의 연은 박정희대통령시절부터 면면이 이어졌다.

JP는 YS에 상당히 우호적이었고 혁명후 창당한 민주공화당에 그를 참여
시켜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그후 두사람은 결국 지난 90년 3당합당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냈고 YS를
여권의 대통령후보로, 또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 두김의 관계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정과 소신"으로 표현되기까지
했다.

YS와 DJ의 관계도 숙명적 라이벌이면서도 독재권력 앞에서는 목숨을 걸고
같이 투쟁하는 동지적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대권획득 가능성앞에서는 서로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정적의 모습을
보였다.

이제 다시 등장한 신3김시대에서의 이들의 관계는 전과는 전혀 다른 경쟁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갈등양상은 더욱 첨예화되고 협력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들에게는 이제 건곤일척의 마지막 승부만 남았다는 얘기다.

김대통령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제외한 양김이 대통령 임기후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국구도는 막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부는 비록 이번 선거에서 패한것이 정치적 파장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통령중심제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심기일전,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해 나간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때문에 여권일부에서는 국정운영 분위기쇄신을 위해 연말께로 예상되던
여권진용의 대대적 개편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와함께 이번선거에서 여권인사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
몇군데에서 실패했다는 점을 향후 정국운용과정에서 참고할 것으로 예상
된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정공법을 벗어나 양김과 제휴또는 협조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경우 조만간 정치전면에 나서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시기를 놓칠경우 내년 4월의 총선결과를 다시 지켜봐야 하는 부담을
안게돼 조기 결단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당지도부로는 내년총선을 승리로 이끌기가 어렵다는 점과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야권대연합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직접 나서야 한다는
압력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정치전면에 나설경우 그러나 비호남권출신 유권자들의 부정적 시각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그의 선택은 다소 늦어질 공산도 없지 않다.

어쨋든 DJ는 오는 8월로 예정된 민주당의 당권경쟁에 대리인을 내세우는
방식등으로 당에 대한 통제권을 확고히 할것이 분명하다.

김종필자민련총재의 경우 김대통령이나 김이사장보다는 다소 느긋한 상태
에서 시간을 갖고 정국 묘수풀이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모를 감추고 우선은 당세를 확장, 15대 총선에서는 이번에 승리한
충청권과 강원도는 물론 대구.경북지역에서도 확고한 지지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마련에 몰두할 것이라는 얘기다.

JP는 이제 여권 또는 DJ진영에서 추진될지도 모르는 정계개편 움직임에도
당당하게 임할 것이라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특히 YS와 제휴하는 일은 결코 없을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대구.경북이나 충청권을 포함한 전 비호남권지역에서 전.현직의원등
을 영입, 당세를 확장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보고 있다.

이경우 일부의 민자당 민정계인사들이 자민련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정가의 관측이다.

이같은 JP의 전략은 한편으로는 DJ와의 내각제연대를 추진하면서 현행
헌법하에서의 대권도전가능성도 남겨두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