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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유향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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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불은 고을에 있고 원불은 서울에 있다"는 말이 있다.

    조선왕조때 흔히 쓰이던 말인데,진흙으로 아무렇게나 빚어 발원을 해도
    영험이 없는 부처는 지방에 있고 소원을 빌기만 하면 곧 영험이 나타나는
    금부처는 서울에 있다는 이야기다.

    고을에서 하는 일 없이 록만 축내는 수령과 서울에 있으면서도 실제로
    그를 도와 고을을 보호하고 구제하는 역하를 하는 고관대작을 니불과 원불에
    빗대어 꼬집은 말이다.

    조선초부터 이런 무능한 지방관들이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견제장치로
    마련해 놓은 것이 "유향소제도"였다.

    고을사람들로부터 학식과 덕이 있는 사람이라고 칭송을 받는 사람들을
    유향품관으로 삼아 지방관의 업무수행에 자문하고 지방의 입장과 이익을
    대편하도록 했다.

    또 그들은 풍속교화와 향리들의 부정을 막는데도 일익을 담당했다.

    유향품관들은 "한양관"이라고 해서 한때 수령과 맞먹을 정도로 세력이
    커지기도 했으나 세조말에 와서는 유향소가 "수령과 결탁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소굴"로 지목돼 이 제도는 혁파되고 만다.

    세조가 유향소를없앤뒤 툭하면 "암행어사"를 파견했던 것은 왕권강화를
    꾀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였다.

    문치주의를 내세웠던 성종대에 와서 젊은 선비들은 유향소의 참뜻을 살려
    자치의 기틀을 다지려한다.

    그들은 유향소독립운동을 일으켰으나 거듭되는 사화로 세력은 꺾이고
    전국의 유향소는 훈구세력이 장악하는 "관직은 퇴자의 소굴"로 전락하고
    말았다.

    왕권을 대신한 지방관이 유향소의 자치능력을 억눌러버린 것은 끝내 한국
    의 지방자치의 싹을 밟아버린것이 되고만 것이다.

    지방선거가 끝났다.

    34년만에 지방자치가 다시 이루어지게 된 셈이다.

    한국적 특성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으나 이번 선거에서도 예외없이
    정당별 "지역분할"이 뚜렷하게 드러나 "지방공화국"이 할거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광역기초단체장은 물론이고 광역 기초의회에도 소위 "3김"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 걱정된다.

    지역의 독자성을 잃어버리고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의 하부조직이 된다면
    "니불" 고을에 원불은 서울에"있는 꼴이 되고 만다.

    6.27지방선거의 당선자들이 모두 "민이를 일으켜 백성이 그 공적을 잊지
    못하는 방백과 수령"이 됐으면 한다.

    최소한 "니불"이 되지는 말아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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