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땅에도 등급이 있다.

아파트 건설후 남은 100~200평의 자투리 땅이 있는가 하면 건축물을
올리지 못하는 맹지에 가까운 자투리땅도 있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 5의342번지에 살고있는 손종민씨는 최근 건축사
마저 건축이 불가능하다고 손을 든 42평의 자투리땅에 지하1층 지상3층
의 다가구주택을 지었다.

물론 손씨의 경우 임대보증금에서 건축비를 뺀 순이익이 100만원에
불과했으나 건축이 불가능하다는 지역에서 30년된 구옥을 헐고 건축비의
추가투입없이 내집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는 부동산개발에 성공했다고
볼수 있다.

손씨의 구옥이 위치한 자투리땅은 부산은행아파트를 둘러싼 축대를
중심으로 삼각형형태를 취하고 있다.

삼각형의 땅은 설계가 어려울뿐 아니라 사지가 많이 발생해 효율적인
공간활용이 쉽지가 않다.

또 손씨의 구옥이 4m 소방도로 입구에서 골목쪽으로 이어진 주택가의
끝부분에 위치해 있으며 구옥 바로 앞에는 경사진 계단으로 시유지가
구옥의 일부를 차지,건물증축에 애로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손씨의 개발성공은 건축사 인맥을 이용,
꾸준히 설득해 활용할수 있었다는 것으로 요약할수 있다.

손씨는 "처음 집을 지을때는 아무것도 몰라 실패하고 두번째 지을때는
건축법이 까다로워 실패하고 세번째 지을 때는 건축법의 "도사"가 된다고
하듯이 내집짓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지형의 악조건
을 극복할수 있었던 것은 집이 완공될 무렵 전세값이 크게 올랐다는 것과
함께 믿을수 있는 건축업자를 동원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가내수공업을 경영하고 있는 손씨가 30년된 자신의 구옥을 헐고 부동산
개발을 염두에 두게된 것은 지난 92년말께이다.

그러나 벌이가 시원찮아 건축비를 마련하지 못해 건물증축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허물어질 듯한 낡은 집에서 생활의 불편을 감수할수밖에 없었다.

설령 은행융자를 얻어 건축비를 마련하려해도 수지타산이 맞지않는다는
건축사들의 외면으로 내집증축의 계획을 미룰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손씨는 친척인 건축사 김모씨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이 문제를
의논할수 있었고 건축사인 김씨는 손씨의 의견에 귀기울였다.

또 어려움을 계속 호소하는 손씨를 외면할수도 없었고 김씨 자신이
부리던 인부들도 현장이 없어 놀고있는터라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노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건축을 맡게됐다.

건축은 지난 4월에 시작됐다.

건폐율 53%와 용적률 160%를 적용했는데 반지하는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지하1층을 포함한 사업용적률은 214%까지 뽑을수 있었다.

지하1층(반지하)은 11평형 2가구로 나눴는데 가구당 전세보증금 3,800
만원씩 모두 7,200만원에 임대했다.

지상1층~지상2층(각22평)은 1가구당 5,000만원씩 모두 1억원의 전세
보증금을 받고 임대했으며 지상3층(22평)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다.

공사는 이달 15일에 끝이 났는데 임대는 전세값이 폭등한 덕분에 기초
공사가 갓 끝난 지난 4월중순에 마무리할수 있었다.

총공사비는 모두 1억7,100만원(평당 190만원선)이 들어가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순이익을 100만원정도는 남길수 있었다.

구옥의 일부를 차지하던 시유지는 손씨가 건물을 헐면서 지금은 마당
으로 사용하고 있다.

시유지의 연간 사용료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 별문제가 되지않는다고
손씨는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