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 주유 주유인지 아직도 회원들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주유산악회"가
모임을 시작한지도 어언6년이나 됐다.

매주 일요일 아침6시면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62동앞 공터에 모여 산을
찾는 회원들은 모두 28명.

보통 반정도인 10명에서 15명정도가 매주 산행에 참석하여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청계산 검단산 불암산 수락산 등을 찾는다.

산행일정을 잘짜서 잘먹고 마시도록 하는 책임은 살림꾼인 총무 조수헌
교수(서울의대 예방의학)가 도맡아한다.

회원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막걸리 한사발만 들어가면 어떤 산길도 총알처럼 타는 조청일사장(택산
전자), 고교.대학시절 등산반장.대장을 역임했으면서도 앞장만서면 항상
등산로를 잃어 대원들을 당혹케 하는 김유영교수(서울의대 내과), 허리가
좋지 않다고 칭얼거리면서 항상 선두를 달리는 황상현부장판사(서울고법),
하얗게 새어버린 백발을 흩날리는 서울의대 연극반출신인 최용교수(소아과),
암벽은 표범처럼 날아오르며 등산로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수북히 주어담아
내려오는 이영일박사(도티병원 외과), 먹고 마시는데 일가견이 있어 아무리
산행을 해도 체중이 줄기는커녕 늘어만가는 송인경박사(도티병원 내과),
처음 30분은 어지럽다고 불평하다가 정상에는 항상 먼저 올라서는 윤석복
사장(태정유리), 북한강 쏘가리회는 안전하다고 판정내려주고서는 기생충약
을 대원들에게 챙겨먹게 하는 홍성태교수(서울의대 기생충).

이밖에 서울의대에는 황용승교수(소아과) 함병문교수(마취과) 도광찬박사
(소아과)와 장기현 박영배 은희철교수가 회원으로 있다.

서울공대 김진균교수와 박상윤박사(원자력병원), 이도영원장(충무병원)
한오수교수(중앙병원) 한주건설의 김병성사장 그리고 필자도 빼놓을수없는
멤버.

이들 회원들을 통솔해 나가는 회장 최황교수(서울의대소아비뇨기과)는
작달막한 키에 항상 너그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회원들을 똘똘 뭉치게 한다.

소위 명의들로 가득찬 주유산악회지만 산행중 일어나는 부상 토사 감기
등의 치료는 돌팔이 의학지식이 해박(?)한 필자나 윤석복사장의 몫이다.

의사들과 자주 어울리다보니 반의사가 됐기 때문이지만 간혹 오진을 해
명의들에게구박을 받곤한다.

매년1월에는 한해의 무사한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내고 6월에는
가족등반회를 가진다.

12월 마지막 산행후에는 온가족이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 모여 지나간
한해를 돌이켜보고 산행참가회수에 따라 시상하고 명년의 계획을 세운다.

1년간 열심히 부은 회원들의 적금과 조수헌교수의 치밀한 계획으로성사된
지난2월 히말라야산맥 안나푸르나 트레킹때 포타나(해발2020m)에서 치른
김유영교수의 생일잔치는 가히 기억에 남길만하다.

필자가 그렇게 좋아하던 주말골프를 잊어버린것은 산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정겨운 주유산악회원들과 되지 않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땀으로
얼룩진채로 소주잔을 나누는 즐거움이 있기때문이 아닐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