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노총준비위원회(민노준),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 등 법외
노동단체의 핵심사업장인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 대형사업장
의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집행부의 사회개혁요구와 쟁의행의결의 등 강경
투쟁방침에 반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따라 노조집행부가 임.단협과 관련,집회를 소집해도 조합원들의 호응
을 받지못하는 등 산업현장에서 강경투쟁중심의 노동운동이 상당히 퇴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6일 노동부에 따르면 기아그룹노조총연맹(기총련)을 주도하고 있으며
민노준의 핵심사업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아자동차노조의 경우 전체조합원
1만4천9백명 가운데 대의원을 포함한 5천4백여명이 집행부가 임금교섭과
무관한 사회개혁안을 회사측에 제시한데 반발, 이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 노조원들은 사회개혁안을 임금교섭안에서 삭제하기위한 조합원
임시총회를 개최할 것을 집행부에 요청, 8일 임시총회가 열릴 계획으로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기아노조집행부는 임금15.1%인상과 의료보험적용확대, 세제개혁 등 사회
개혁안을 포함한 올해 임금인상안을 마련, 4월11일이후 7차례에 걸쳐 회사
측에 협상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이 사회개혁안은 협상대상이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해왔다.

이에따라 노조측은 회사측의 교섭불응을 이유로 지난5일 쟁의발생신고를
한 상태다.

또 대우조선노조는 지난달 29일 쟁의발생결의를 위한 조합원전진대회를
가졌으나 전체조합원 8천3백여명중 9백여명만이 참석하는 바람에 쟁의발생
결의를 유보했으며 백순환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의 호응도가 낮자 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노조는 지난해에도 전면파업을 선언했으나 근로자의 92%이상이
집행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출근,정상조업을 벌여 파업이 무산됐었다.

현대중공업도 노조집행부가 지난달29일 쟁의발생신고를 마치고 현총련
소속사업장등과 연대투쟁 움직임을 보이자 온건합리주의 중심의 노조원
5천여명이 무파업서명운동에 참여하는등 집행부의 강경노선에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회사노조는 지난1일 전조합원을 대상으로 분과별 중식집회를
가졌으나 전체조합원 2만1천여명 가운데 1천여명만이 참석했으며 5일과 7일
개최된 엔진사업본부와 중전기부분의 중식집회에서도 각각 1천8백명중 80명
과 2천1백명중 1백70여명만이 참석하는등 저조한 호응도를 보였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지난해 63일간의 장기파업때에도 조합원 1만3천여명이
조업을 촉구했고 이가운데 5천여명이 조합을 탈퇴한 바 있다.

기총련 소속 서해공업과 기아정기 노조측은 당초 사회개혁안을 협상안에
포함시켰으나 조합원들이 반발하자 각각 지난달 23일과 27일에 대의원대회를
열고 사회개혁안을 협상안에서 삭제키로 결정했다.

노동부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최근 전국산업현장에 노사화합
분위기가 자리잡아가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무모한 강경투쟁보다 실리
추구적인 노동운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기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기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