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 공 기 산 업 ]]

오성중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항공기산업은 전형적인 연구개발집약형 최첨단 산업이고 정밀한 가공과
고도의 조립작업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다.

아울러 투자자금이 막대해 리스키가 엄청나며 판매에 고도의 마케팅 능력
이 필요하다.

일본이 상대적으로 항공기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한 까닭의 하나도 이런점에
있다.

일본 역시 92년 항공기산업의 생산은 GNP대비 0.2%(8,581억엔)로 미국의
1.4%(736억달러)에 비해 극히 저조하다.

때문에 한일간 무역규모도 미미하다.

그러나 기술수준에서 우리는 일본에 훨씬 뒤져있다.

그동안 우리 항공기산업은 면허생산과 부품하청생산을 통해 조립기술과
기체제작 가공기술은 선진국의 80~90%수준에 이르고 있다.

반면 엔진제작 가공기술은 40%수준, 그밖에 항공 전자 등의 제작가공기술과
설계기술 시험평가기술은 305수준에 불과하다.

이에비해 일본은 이미 60년에 중급제트 훈련기를 최초로 독자개발하였고
65년 3월부터는 일본 최초의 독자개발 민항기인 Y-11을 수요자에게 인도하기
시작해 73년까지 총 182대를 생산했다.

당시 Y-11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송기로 평가되었으나 마케팅력 부족과
채산성 부족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고 결국 생산이 중단되었다.

일본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항공기산업은 발전시키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에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

세계 항공기 시장이 보잉사 에어버스사 맥도널더글러스사 등 구미의 유력
업체 및 몇개사가 과점하고 있는 상태인데다가 연구개발비만도 막대하기
때문에 아직 업체 규모가 작고 기술 능력도 미숙한 우리가 단기간에 상용
여객기 독자 개발을 한다는 것은 무리다.

완제기의 국제 공동개발 참여도 현재의 우리 능력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과거 민항기 독자개발후 막대한 손실로 생산을 중단한
일본의 경험을 거울삼아볼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발전전략은 독자적인 완제
시스템 개발과 하청관리 능력, 마케팅 능력을 꾸준히 추진하면서도 특정
기술을 집중 개발하여 국제 공동개발에 참여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길
이다.

이러한 전략 방향하에서 첫째 항공기 산업의 특성상 정보의 적극적 지원이
실현되어야 한다.

일본이 Y-11 개발시 채택했던 것처럼 정부 주도로 민관 공동의 항공기 제조
업체를 설립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다.

둘째는 항공기 산업의 조직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1차, 2차 하청 등
층층적인 계열화와 전문화를 유도하고 이를 뒷받침할 연구개발 및 관련
전문인력을 충분히 양성해야 한다.

셋째는 한.중 합작의 중형 항공기 개발사업외에 중형 항공기용 엔진이나
헬기 등 특정 개발사업의 연속적 창출계획과 군항공기 수요의 장기계획을
면밀히 세워 항공기 업체들이 그에 대비해 기술 축적과 설비의 효율적 활용
을 기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