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다시 80엔밑으로 폭락할 것인가.

불과 이틀동안 달러가치가 5엔가까이 폭락, 달러당 87엔대에서 단숨에
82엔대로 무너져 내리자 국제환율문제가 또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달러는 26일 뉴욕시장에서 달러당 82.75엔에 폐장, 전날에 이어 다시
2엔이상 떨어졌다.

마르크에 대해서도 전날의 1.3980마르크에서 1.3770마르크로 내려갔다.

이를 두고 외환전문가들은 지난주말을 고비로 시장분위기가 달러하락(엔및
마르크상승)쪽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당분간 달러가 올라가기는 힘들고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제환율은 성격상 한치 앞을 정확히 내다보기 어려운 탓에 "언제
얼마까지 더 내려갈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부 용기있는(?) 전문가들은 "상황을 종합할때 달러가 가까운
시일안에 달러당 78엔및 1.35마르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보스턴소재 쇼머트은행의 피터 이베르슨 외환담당부사장은 달러가 조만간
80엔 아래로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는 달러가 곧 전후최저치였던 79.85엔(4월19일) 기록을 무너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프루덴셜증권의 래리 워첼 외환분석가도 "현재로서는 달러가 올라갈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12~18개월뒤에는 달러가 70엔대에서 고착될수
있다고 내다본다.

며칠전만 해도 많은 전문가들은 달러가 85~90엔대에서 상당기간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1일부터 24일까지 약 2주동안 달러가 85~87엔대에서 강보합세를
유지하자 이들은 달러가 일시적인 조정을 받더라도 80엔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었다.

이렇던 시장분위기가 왜 갑자기 달러폭락쪽으로 바뀌었을까.

지난 이틀사이에 돌출한 여러가지 상황들에서 그이유를 찾을수 있다.

무엇보다 미경기침체우려와 미일무역분쟁에 따른 일본의 대미역보복에
대한 불안감이 달러폭락의 최대요인이다.

완만한 경기둔화를 통해 소프트랜딩(물가불안없는 적정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던 미경제에 침체기미가 농후해지자 달러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최근들어 실업자수가 크게 늘고 제조업계의 내구재수주가 3개월연속 감소
하는등 미경제는 침체의 불안감으로 휩싸이고 있다.

경기침체조짐이 강해지자 미금융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까지 대두, 달러하락을 이끌었다.

이와함께 미일무역분쟁이 협상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일본이
미국에 대한 역보복조치로 대미금융시장투자를 축소하거나 기존투자분을
대거 철수시킬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부상, 달러하락을 부채질했다.

이문제는 지난달 달러당 79엔대로 엔고가 극에 달했을때 일부 일의원들
사이에서 "달러폭락을 방치하고 있는" 미국측에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감정적인 차원에서 거론됐던 일이다.

그당시는 일정부측에서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앞으로
한달후 미국의 대일무역제재조치가 발효되면 사정이 달라질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다 대미맞보복차원은 아니더라도 일본투자자들은 미경기가 침체기미
를 보임에 따라 미주식이나 국채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도
가세, 달러하락을 유도했다.

멕시코 페소화와 주가가 최근 크게 떨어지면서 멕시코금융위기의 재연조짐
이 엿보이고 있는 것도 달러하락의 일부 요인이다.

이밖에 싱가포르 한국 중국등 일부 아시아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의 외화
구성비율을 조정하기 위해 달러를 팔고, 엔과 마르크를 사들이고 있다는
루머까지 돌아 달러하락요인이 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탈리아및 스페인의 통화가치가 불안해지면서 유럽
자금이 다시 마르크화로 몰리고 있는 징후역시 달러약세요소이다.

이처럼 달러하락요소들이 한꺼번에 나오자 미헷지펀드등 구미의 대형외환
투자가들은 그동안 사들였던 달러를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때 달러가 조만간 다시 80엔 아래로 폭락할 여지가
많다는 전망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