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리인. 일반인들에겐 낯선 명칭이지만 보험사로선 상당히 핵심적인
일을 맡는 전문직종이다.

국내 보험업법에도 보험사는 반드시 1명이상의 보험계리인을 두도록
명시돼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애기다.

계약자가 내야할 보험료를 산출하는 기초가 되는 예정사망률 예정이율
등을 적정한 수준에서 정하고 보험금 지급 재원으로 회사내부에 쌓아야
하는 책임준비금을 계산하는 일이 주업무다.

따라서 상품개발에서부터 경영전략및 결산등 회사업무 전반에 걸쳐
계리인이 참여하지 않는 부문이 없을 정도다.

현재 국내에서 활약중인 보험계리인은 1백60명정도.

매년 10여명 안팎의 계리인이 배출되나 아직 대외적인 인식도는 낮은
편이다.

교보생명 박영규과장(34)은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숫자놀음"업무를
하는 계리인.

지난86년 입사해 계리부에서 첫발을 디딘 후 90년 계리인 자격을 따
지금까지 12조원에 달하는 교보의 거대자산을 관리하는 중차대한 업무에
매달려 있다.

"보험사에 소속되어 있긴 해도 회사이익보단 계약자를 먼저 생각하는게
계리인의 본업"이라는 박과장은 말한다.

특히 보험료를 사후정산,되돌려주는 계약자배당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책임준비금을 충분하게 쌓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보험사의 부채계정으로 분류되는 책임준비금이란 은행의 예금잔고와
같은 개념. 앞으로 계약자에게 지급하기 위해 내부적립하는 돈을 말한다.

이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재무구조가 건실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를 관리하는 것이 박과장의 주된 일이다.

박과장은 "지난84년 3월 국내보험사로는 처음으로 순보험료식으로
준비금을 적립한데 힘입어 88년부터 시행한 계약자배당을 주도했다는
점은 보험인으로서 긍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4월 업계 처음으로 통상 보험료의 20%선에 달하는 사업비를
5%선으로 끌어내린 프라이스 히트보험을 개발,보험업계 가격파괴화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박과장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가격자유화추세가 이어지면서 회사에 맞는 위험률과 이율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향후 에상되는 자금잉여시대에 대비하는 자산운용전략을 수립
하는데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준비금 적립등 부채쪽만을 관리해 왔는데 금리자유화가
진전되면 자산과 부채를 서로 연계해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그는 장기적인 금리예측등 자산관리와 연금설계 보험마케팅등 새롭게
각광받는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신금융인으로서의 포부를 밝힌다.

<송재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