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원 < 공정거래위원회 공동행위과장 >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한 입찰질서의 정착을 위해 마련한 "입찰질서
공정화에 관한 지침(안)"의 내용에 대해 업계를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것 같다.

( 한국경제신문 4월20일자 37면 참조 )

이에 대해 위 지침(안)작성에 참여한 실무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하여
보다 합리적인 토론과 내용의 도출에 기여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이글을
쓴다.

우선 업계는 위 지침(안)의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라고 주장한다.

명시적 결정뿐만 아니라 암묵의 양해등까지 포함하는 경우 지나치게
추상적이 되어 업계활동에 혼선을 가져오고 수사기관의 확대해석등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금품수수 강압적 수단동원등 악질적이고 명시적인 담합
행위만 규제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있다.

물론 내용이 확대 해석되어 결과적으로 업계의 정상적인 수주활동이 위축
된다면 이는 경계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담합은 그 성격상 명시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증거를 남기지 않고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때문에 공정거래법도 제19조 제3항에서 "합의의 추정" 조항을
두어 묵시적인 담합행위를 명시적인 경우와 같은 비중으로 규제하고 있다.

담합은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또한 선의의 수단을 동원했든 악질적 수단을
동원했든 경쟁제한정도가 크고 같은 효과를 가져오므로 명시적 행위에 한정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두번째로 업계는 가격설정등과 무관한 업체간의 단순정보교환이나 기술
정보교환등 생산적 정보교환까지 규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일상적인 경영관계정보 신공법 신기술등과 같은 건설적인 정보교환에
대해서까지 규제하는것은 아니다.

다만 입찰가격설정, 수주예정자선정등과 관련한 정보교환은 부당하게 경쟁
을 제한하는 담합행위에 직접 관련되므로 위 지침(안)에서 허용한 업체간의
단순정보교환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볼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로 지금까지 업계에서 어느정도 관행으로 인정되어온 연고권에
대해서는 규제를 최소화 해야 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인접공사나 기존공사와 연계된 공사등에 대해 연고권을 인정하는 경우
공사비 절감 효과가 크고 현실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연고권을
부인하는 경우 업계에 혼란이 초래될수 있다는 우려이다.

그러나 연고권에 의한 경쟁배제는 경쟁입찰제도가 기도하는 공사비 절감과
품질개선이란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연고권의 주장이나 연고권에 의한 담합행위를 인정할 경우 업계당사자들도
부당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 순번제로 밀어주기, 들러리 입찰, 수주물량의
의도적 분할등과 같은 불건전한 담합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
이다.

네번째로 공동수주등과 관련하여 수주물량의 결정과 입찰참가자간의 배분에
관한 규제는 담합이 명백한 경우에만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 주장의 취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갖고 있지 않다.

위 지침(안)의 목적은 일부 입찰참가자들이 수주물량(분할포함)결정때
담합으로 경쟁을 배제하고 그들에게 유리하게 하는것을 방지하는데 있으므로
그러한 목적에 부합되는 범위내에서 업계에서 요구하는 바와 같은 보다
명확한 표현은 가능한 것이다.

위지침(안)의 작성과정에서 업계인사들과 고민도 하고 토론도 하였다.

사실 업계의 의견이 적지 않이 반영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그들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같다.

제도개선이 너무 현실을 앞서 있어 결과적으로 지킬수 없는 것이 돼서는
안되겠지만 건설시장개방등 안팎으로 경쟁의 물결이 밀려오는 현실을 무시
하고 과거식의 비경쟁질서에 안주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될 것이다.

특히 담합의 금지가 국민의 세금을 절약하고 업계의 경쟁기반을 강화하여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업계에도
도움이 되고 자기혁신의 계기가 된다는 점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