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박영배특파원 ]미국이 대외정책의 주요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제
제재가 과연 효과적인가.

이에 대한 찬반논쟁이 미국내에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종전에는 전.현직 행정부관리들을 중심으로 오가던 논쟁이 이제는 행정부와
의회로까지 번져 힘겨루기의 양상을 띠어가는 형국이다.

특히 클린턴대통령이 테러리스트를 선동하고 자금을 대주고 있다고 판단한
이란에 대해 전면 금수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이 논쟁은
더욱 가열돼 가고 있다.

더욱이 현재 행정부는 쿠바에 대한 엠바고강화를 두고 의회와 팽팽히 맞서
있는 상황이다.

의회는 쿠바의 카스트로를 하루 빨리 고사시키기 위해서 33년간 지속되고
있는 엠바고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새로운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상원 외교관계위원장인 제시 헬름스와 하원 서반구문제 소위원회 위원장인
단 버튼등 공화당의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이 법안에 민주당의 몇몇
상하원의원들까지 지지의사를 밝혀 클린턴행정부엔 골치아픈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이렇다.

"미국은 쿠바에서 설탕이나 당밀을 사들인 어느 국가로부터도 설탕수입을
금한다. 쿠바에 있는 미국인의 토지나 재산등을 수용, 이익을 얻거나 이를
운용하는 사람에게는 비자발급을 거절한다. 세계은행등 국제금융기관들이
쿠바에 금융지원을 하면 이들 기관에 대해 미국의 기부금을 줄인다"

이에 대해 국무부를 비롯한 행정부의 관련부처는 시의에 맞지 않을 뿐더러
쓸데없이 외국과의 분쟁만 초래할 것이라고 극력 반대하는 입장이다.

클린턴행정부는 요며칠 사이 쿠바와 협조적인 몇가지 조치를 취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게 쿠바난민의 송환이다.

카스트로에 대한 유화 제스처인 셈이다.

그런데 의회는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어 행정부를 당황시키고 있다.

또 하나는 대쿠바제재법안이 우방국들의 분노를 사고 여러 국제규약을
위반하게 될것이라는 점이다.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은 벌써부터 이 법안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공화당지배의 의회는 경제제재로 쿠바를 더욱 압박해 빨리 항복을
시키겠다는 것이고 행정부는 경제제재일변도에서 벗어나 유화조치를 함께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내용적으로는 경제제재의 실효성 문제가 도마위에 올라 있는 셈이다.

최근 미국기업협회(AEI)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도 경제제재의 실효성을 둘러
싸고 불꽃튀는 논쟁이 붙었다.

국무부의 도넬리차관보는 "경제제재는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만 주는게
아니라 실제 매우 강력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란등 필요한
국가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견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카터행정부시절 USTR(미무역대표부)대표를 지낸 줄리우스 카츠씨가 먼저
나섰다.

그는 "2차세계대전이후 미국은 70여개의 경제제재조치를 취했으나 별 효과
를 거두지 못했으며 특히 일방적으로 취한 조치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국제안보문제차관을 역임한 리처드 펄씨도 "미국의 경제제재조치는
자금지원이 없는 정책집행과 크게 다를게 없어 그다지 실익이 없다"고 주장
했다.

펄씨는 그 근거로 "이라크에 대한 제재조치가 효과가 없기 때문에 후세인이
아직도 건재하며 쿠바에 대한 조치도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고 평가했다.

이러한 논쟁속에서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기업들이다.

무역및 투자를 금지하는 경제제재는 기업들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남용해서는 안된다며
서서히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경제제재의 실효성을 둘러싼 이 논쟁은 미국이 세계질서를 정리하는 경찰
국가로서의 지위를 지키고 있는한 계속될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