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주가지수선물시장의 개설을 계기로 파생금융상품 시장이
앞으로 본격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들어 독일의 메탈게젤샤프트사,미국의 프록터갬블사 깁슨사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위스콘신주, 영국의 베어링사등이 파생상품과
관련해 대형금융사고를 일으키면서 국내외적으로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래 파생상품은 위험감수가 용이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파생상품의
거래로 인한 대형손실의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상기의 금융사고도 상품이 고안된 측면에서 볼때 당연한 결과라 할수 있다.

손실을 입는 측이 있어야 이익을 보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이다.

이익을 본 상대방은 늘 조용하다.

주위에서 노름을 했을때 돈을 땄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적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파생상품거래는 흔히 제로섬 게임이라고 한다.

사회전체로 봤을때 실물투자와는 달리 직접적인 부의 증가를 가져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러한 파생상품이 왜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수 없다.

일부에서는 다른 선진국가에서 거래를 하니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한다고도 하나 이는 올바른 답이 될수 없다.

파생상품이 도입되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위험을 전가함으로써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수 있게 해준다는데에 그 필요성이 있다.

위험을 관리함으로써 기업이 수익성 높은 실물투자기회를 놓치지 않고
투자해 보다 큰 가치를 창조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요체는 보이지 않는 손,즉 가격이란 매개체를 통해 재화를
거래함으로써 거래 쌍방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율성에 있다.

마찬가지로 위험감수를 회피하려는 일방으로부터 위험감수에 좀더 여유가
있는 상대방이 위험을 인도받고 그 반대급부로 기대수익률의 증가를 얻게
된다.

헤징(위험회피)을 원하는 일방은 위험은 회피할수 있으나 기대수익률의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므로 헤징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기대수익률의 감소는 헤징의 비용이다.

이러한 헤징을 용이하게 할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기대 수익률을 얻으려 하는 상대방이 많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파생상품시장의 유동성제고및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들은 런던의 로이드 보험시장 보험인수인과 같이 위험을 감수하는 기능을
한다.

런던의 보험인수인들은 위험을 부담할수 있는 재력가들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기능력에 맞는 위험부담을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금융사고들은 구체적인 상황은 서로 다르나 과도한 위험을
부담했다는 점에서 일맥 상통한다.

그러므로 파생상품의 위험에 대한 대책은 파생상품의 거래자가 자기의
능력한도내에서 위험부담을 할수 있도록 하면서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있어야 한다.

베어링사의 파산이후로 우리나라에서도 선물시장에 많은 규제와 감독조치가
마련되고 있다고 한다.

파생상품의 규제측면에서 중요한 점은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있다.

공정성에 관해서 국제적으로 최근 이슈는 두가지로 요약되는데 BIS의
자본금 충족요건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정보의 공개를 들수 있다.

즉 금융기관이 파생금융상품을 거래할만한 충분한 자본금을 갖추었는가와
파생상품과 관련된 모든 거래의 시장위험과 신용위험을 공개한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감사보고제도가 큰 변혁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가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즉시 거래자단위 뿐만 아니라 회사전체로도
위험이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성유지 이상의 지나친 규제는 시장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되어 파생상품
시장의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수 없게 된다.

일례로 일본의 선물시장은 차익거래를 할수 있는 기회, 즉 공짜 점심을
먹을수 있는 기회가 한달이상 존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지나친 규제의 결과였다.

그러므로 거시적인 측면에서 지나친 규제 보다는 기업및 개별 투자자가
위험관리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개별기업이나 투자자가 위험관리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파생상품이 갖는
위험을 인지 측정 관리하는 3단계 위험관리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앞서의 금융대손실을 피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개별기업이 꼭 지켜야
할 점을 몇가지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베팅을 목적으로 파생상품을 거래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베어링사의 경우도 트레이더가 일본주가지수 선물시장에서 과감한 베팅을
해 도산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도 수년전에 광주은행이 선물환거래에 베팅해 큰 손실을 보았다.

이 두 사건은 거래 초기에 베팅으로 이익을 보자 경영층이 베팅을 용인한
듯한 측면에서 유사성이 있다.

기업의 재경부서는 돈을 빌려서라도 베팅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압력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 유혹에 빠질수도 있다.

이러한 압력에 굴복하거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파생상품이 갖고 있는 위험을 거래하는 하위 직급자는 물론
상위직급자 나아가서는 최고경영자도 잘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의 경우 최근 수협이 국제금융시장의 환거래에서 100억원이상의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임원은 물론 중앙회장도 사건이 표면화되기까지
세부내용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의 경우도 거래하는 하위직급자들이 자신들이 하는 행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여 거래하고 난 다음 큰 손실을 입은 경우가 많이
있었다.

손해를 본 후에 거래를 알선한 금융회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미국의 프록터갬블사와 깁슨사 및 오렌지 카운티가 이 경우에 해당된다.

특히 독일 메탈게젤샤프트사의 경우는 최고경영층이나 이사회의 구성원이
파생상품의 속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투자를 조기에 청산하는 바람에 많은
손실을 겪기도 하였다.

셋째, 최고경영자는 기업의 재무전략에 있어 위험관리를 구체적으로 명시
하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가 용인하는 위험감수범위, 거래가 허락되는 파생상품의 종류, 헤징
되어야 하는 위험의 종류, 위험관리전략이 사용되어야 할 조건등을 명시함
으로써 파생상품이 거래되기 전에 미리 제어할수 있는 수단이 준비되어야
한다.

따라서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려면 정부차원에서는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그 역점을 두어야 하고 개별기업들은 파생상품을 잘 이해하고
최고경영자가 우수한 위험관리시스템을 구비해 운용하여야 파생상품시장의
존재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