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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칼럼] 이데올로기의 종언(?)..정근원 미래영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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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펭글러는 20세기 초반부에 벌써 이데올로기의 종말을 고했었다.

    공산주의가 무너진 후 사람들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데올로기를 말할때 보통 공산주의나 자본주의,왕조체제나 공화체제
    또는 기독교나 불교 유교 등의 종교와 같이 사회의 기본 구조를 이루는
    거시 이데올로기를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가 끝나가는 지금은 거시 이데올로기의 횡포에서
    많이 벗어나는 시기이다.

    거시 이데올로기란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이념적 기반으로서
    더이상 기능을 못하면 파기되는 허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거시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삶에 당위성을
    부여하면서 진리로 대변되는 허위와 기만을 부린 적이 많았다.

    불과 1세기전까지만 해도 이데올로기와 맞지 않으면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했다.

    거시 이데올로기의 허구를 깨달으면서 구체적인 삶의 일상성에 대한
    관심이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여성과 남성의 성에 내포되어 있었던 이데올로기의 허상에
    대한 인식이 예민하게 드러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성에 대한 인식이 깊어질수록,인간은 자신을 여성이나 남성에 주어진
    역할을 정체성( identity )의 기준으로 삼아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성에 의한 역할만이 아니라 나이나 직위등의 역할을 자신으로 착각하는
    역할병이 도덕으로 규범화되어 온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서서히 역할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한편에서는 역할부재의 시대를 통탄하는 소리도 있지만,오히려 역할이란
    감옥에서의 해방이라는 미래지향적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사실 전혀 의심조차 해보지 않은 것들 속에 이데올로기는 상존하고
    있다.

    요즈음 처럼 창의성이 중요한 문화 전쟁 시대에 토론을 통한 자기표현은
    기본이다.

    그러나 웃어른 앞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말대답으로
    오해받기 쉽다.

    담배 피우는 것도 옆으로 고개를 돌려야 하는등 토론의 내용과 상관없는
    지엽적인 문제에 신경써야 할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토론이 말그대로 토론일 뿐이다.

    표현에 구애받지 않는 그들이 높은 창조력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사실 이처럼 미덕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속속들이 이데올로기적인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이데올로기의 종말은 일상의 삶 속에 녹아있는 미시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발견하고 이를 극복했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정말 그것이 가능할까.

    요즈음 "변화"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변화의 주역인 "신세대"는
    기존의 당위성을 깨면서 기성세대를 당혹케한다.

    이러한 변화의 실상은 미시 이데올로기 자체에 대한 무의식적인
    비판적 성찰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는 "변화"의 의미는 단순한 현상이 아닌 문명학적인
    전이를 뜻한다.

    역사의 전환점에서 기성세대는 "변화"의 이론적 토대가 되어줄 철학을
    신세대에게 제시해 주면서 적극적으로 그들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

    진짜 이데올로기에서 해방된 21세기의 가치관은 동양에서 나타날
    확률이 높다.

    다만 유교적인 가치 일변도에서 벗어날수 있는 정신의 유연성을
    획득했을때 가능하다.

    우리는 경직된 주자학에 경도되어 있었지만,이와함께 도라는 귀에
    익은 또 하나의 사유체계를 가지고 있다.

    21세기는 유교적 세계관에서 도교적 세계관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는 아닌지 생각해 본다.

    진정한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위해서.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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