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지난 18일 발표한 세계경제 성장전망은 우리의 발전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세계경제의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동아시아 성장경제권의
핵심적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는 세계은행 성장전망의 메시지는 GDP(국내총생산)기
준 실질성장률로 볼때 중국과 한국이 선도하는 동아시아가 연평균
7.7%에 이르는 고속성장(선진국은 2.8%,개발도상국은 4.9%로 전망)을
계속하리라는 수치전망 이상이다.

이제는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개도국의 성장에서 더 큰 덕을 보고
있으며,선진국들이 보호주의적 경향으로 선회하는 반면 고속성장
개도국들은 오히려 자유무역과 자본자유화를 서두르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출범에 따른 국제교역의 신장은 서비스부문으로까지
더욱 확대될 것이며,발빠른 정보통신기술의 확산과 글로벌체제
국제금융은 성장하는 경제와 그렇지 못한 경제 사이의 성장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동아시아 성장경제권은 한국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대리인"이나 "제2의 일본"이 아닌 "성장기적의 한국"으로
우뚝 서서 그들과 협력하고 함께 나누는 경제개발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한국을 방문했던 중국 필리핀 베트남 몽골의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부러워하는 "열심히 노력해서 잘 사는 나라"로 이들의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첫째 동아시아 성장경제권에 맞는 발전전략을 짜야 한다.

성숙된 선진경제의 재정지원 복지실현을 모방하기 보다는 다양한
발전단계에 있는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 틈에서 배우면서 올라가고,가르치면
서 성숙해가는 "사람키우고 사업하기 좋은 나라"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같은 동양문명의 전통속에서 개인의 높은 도덕심과 창조적 정신을
일하는 조직속에 융합시켜 사회에 떳떳하고 혁신역량이 뛰어난 "한국기업"을
앞세워야 한다.

국내에서 인기없는 "재벌"기업이 세계시장에서는 선진국의 다국적기업과
경쟁하는 첨병으로 뛰고 있다.

이제는 정치외교보다는 경쟁력있는 기업을 앞세우는 민간 경제외교로
동아시아 성장경제권 선도전략을 세워야 한다.

둘째 성장과 발전의 핵심은 일하는 열정과 두려움을 모르는 패기이다.

열정과 패기를 키워내는 인력개발 프로그램을 동아시아 개도국.체제전환국의
공무원 기업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해외근로자 연수프로그램은 경쟁력없는 노동집약적
산업의 연명에 치우쳐 있다.

경쟁력있는 기업경영,설비수출을 가능케 하는 기술연수,기업과 경제에
봉사하는 행정서비스를 가르치는 인력개발 프로그램의 확대로 미래의
동반자를 키워 우리기업의 해외진출 기반을 넓혀야 한다.

셋째 동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하는 공공및 상업 인프라
건설에 한국이 앞장서야 한다.

사막에서도 건설하고 동토에서도 공장을 세우는 우리의 건설기술을
동아시아 산업발전 기반조성에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막대한 무역흑자가 동아시아의 성장기금으로 활용되도록
일본을 설득하여 어려움속에 있는 한국건설산업의 활로를 동남아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의 성장기적을 동아시아에 심어 이제 성장경제권의 중심에
설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