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무오이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 민자당과 한국정부 초청으로 11일부터
17일까지 공식 방한한다.

무오이서기장은 베트남의 실질적인 최고지도자로 베트남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 서열 1위에 올라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관심사는 "공산당서기장"이라는 직함이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경제"에 쏠려 있다.

그는 국내에 있건 외국에 나가있건 "경제"를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국적 기업등 외국기업과의 덩치 큰 투자상담 대부분이 그의 몫이다.

베트남판 새마을운동인 "도이모이(쇄신)"도 보 반 키에트총리와 그의
지도아래 실시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무오이서기장의 이번 방한 역시 주로 한국과 베트남간의
경제협력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방한기간중 경제5단체장을 비롯 현대 삼성 LG 대우등 대기업그룹
총수들과 면담, 양국간 경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 만큼 일정도 빡빡하다.

우선 그는 방한 이틀째인 12일 경제5단체장이 호텔신라에서 공동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한 후 "베트남 투자설명회"에 참석, 연설을 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베트남의 외국인투자 유치계획을 설명하고 한국기업의
대베트남투자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오후엔 베트남투자가 가장 활발한 대우그룹을 방문한다.

13일엔 삼성전자 수원공장 시찰일정이 잡혀있다.

무오이서기장은 반도체 생산라인등 현장을 둘러본 후 강진구삼성전자회장
주최의 오찬에 참석할 계획.

이어 비행기편으로 경주로 향발, 정세영현대그룹회장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고 이튿날엔 경주 불국사등 관광단지를 둘러본 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을 시찰한다.

오후엔 포항제철을 시찰, 김만제포철회장과 면담을 갖는다.

저녁땐 경주힐튼호텔에서 김우중대우그룹회장 주최 만찬이 있다.

토요일인 15일에는 주로 중공업단지를 둘러볼 예정으로 옥포 대우조선및
창원 한국중공업을 시찰한다.

이날 저녁엔 김만제포철회장 주최 만찬이 준비돼 있다.

무오이서기장은 공식일정 마지막날인 16일 여천의 호남정유공장을 둘러보고
구본무 LG그룹회장과 오찬을 갖이 하며 상호관심사를 논의할 계획이다.

오후엔 제주도 호텔신라에서 휴식을 취한뒤 17일 오전 이한, 7박8일간의
공식일정을 마치고 다음 방문지인 일본으로 향한다.

그의 강행군 스케줄도 그렇지만 시찰업체가 1백% 중공업인 것만 봐도
베트남이 중공업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알수 있다.

물론 이번 방한기간중 기업인들만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무오이서기장은 도착당일 민자당을 방문, 이춘구민자당대표를 예방하고
저녁때 민자당이 마련하는 만찬에 참석케 돼있다.

12일에는 김영삼대통령과 이홍구총리를 각각 예방, 회담을 갖고 주요
관심사를 논의한다.

이날 저녁에는 청와대 주최 만찬도 있다.

또 이튿날엔 황낙주국회의장등 국회관계자들을 만나는등 정.관계 인사들과
도 친분을 나눌 예정이다.

그러나 역시 무오이서기장의 이번 방한은 한.베트남간의 활발한 경협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발판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의 대베트남 투자는 94년 9월 현재 7억9천1백만달러.

홍콩 대만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더구나 홍콩과 대만의 투자는 주로 서비스업에 몰려있어 제조업 투자가
활발한 한국의 투자에 더없이 반가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일본을 먼저 방문하려던 방침에서 한국을 우선 방문키로 막판에
일정을 바꾼 배경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기업도 그들 나름대로 베트남의 최고 실력자가 최초로 방한하는 만큼
그를 맞는 예우가 남다르다.

삼성 현대 LG등 4대 그룹 총수가 그를 만날 계획이고 포철 한국중공업등의
공기업 최고경영자들도 그를 위한 접대를 준비해 놓고 있다.

마치 거물 "경제칙사"를 맞이하는 분위기다.

1917년 하노이에서 출생한 무오이서기장은 22살때 공산당에 가입, 독립운동
을 펼친 베트남 혁명 1세대.

독립운동중 프랑스군에 체포돼 10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복역중 탈옥한
경력도 갖고 있다.

이후 닝빙지구 공산당서기등을 거쳐 82년 정치국원으로 승진, 82년 총리를
지냈으며 지난 91년6월부터 현서기장직을 맡고 있다.

<김정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