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업현장의 구인난은 심각한 정도를 지나 "구인전쟁"을 연상시킨다.

특히 호황속에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는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유화등 주력산업에서의 인력난은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이들 업체의 인력채용팀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생산직인력을 "모셔
오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으며 경쟁업체가 확보한 인원을 가로채기도 해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서비스업종 선호추세 때문에 특히 젊은 여성근로자의 확보가 어려워
생산라인을 돌리는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생산직 뿐만이 아니다.

연구.기술직등 고급인력도 태부족 상태이다.

박사급인력은 교수자리가 나기 무섭게 사표를 내는데다 공학계 인기학과
대졸자를 확보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하소연이기도 하다.

일례로 전자 5사가 올해 채용코자 하는 전자학과 출신은 6,000명이나
되지만 전국대학의 전자학과 졸업예정자중 진학 군입대 등을 빼고나면
4,000명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력난은 기업들이 호황과 엔고의 호기를 살려 21세기형 사업위주로
구조를 개편한다는 방침아래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다.

너나할것 없이 설비투자에 뛰어든 전자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의
경우 삼성의 승용차사업진출로 설계 제작등 연구직인력이 고갈된 상태이다.

조선 철강 등도 대규모 증설로 앞으로 엄청난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현장의 이러한 구인난은 근원적으로 최근 4~5년사이 경제활동 인구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국가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구조적인 인력난에
연유한다.

전체 인구증가율이 90년대 들어 연 1%미만으로 떨어졌고 이에 따라 경제
활동이 왕성한 15~55세층의 인구증가율도 85~89년의 연평균 2.1%에서 93년
에는 1.0%로 크게 낮아졌다.

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산아제한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조만간 선거정국이 도래하면 산업체의 인력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 분명
하다.

오는 6월의 지자체선거를 시작으로 96년 국회의원선거, 97년 대통령선거
등으로 줄줄이 이어져 한번 빠져나간 노동인력이 비생산적인 인력으로
고착화될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범부처적으로 긴급 인력수급대책을 세워보려 하고 있지만 병역특례
및 여성인력 고용확대등을 놓고 부처간 이견으로 세월만 보내고 있다.

이제 사상 최대규모의 지자체 4대선거와 산업활동이 가장 왕성한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더 이상 시간을 끌수는 없다.

노동인력이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데 정부와 기업
정치권이 함께 나서야 하며 여성과 고령자등 유휴인력을 대거 경제활동에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또 교육.훈련 제도의 개편과 함께 이 두 제도의 연계성을 강화해 고급인력
의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도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인력의 양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양성된 인력의 효율적 활용임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