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가입을 목표로 소위 선진국간의 경제협력및 정책조정기구인
OECD 가입신청서를 3월29일자로 공식제출했다.

그러나 OECD가입을 둘러싸고 일부에서는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과연 OECD가입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언제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OECD가입은 여러 부문,특히 금융부문에서 대폭적인 정부의 규제완화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규제완화를 부르짖은 것은 민간,가능한 한 규제를 풀지
않으려는 것은 정부였다면,OECD가입을 둘러싼 이번의 논의는 입장이
서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 까지 하다.

OECD에 가입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당장 선진국이 되는 것도 아니고
또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 같이 투기자금이 일시에 우리나라로 몰려와
경제가 거덜나는 것도 아니다.

OECD가입은 정치적 상징적 의미,그리고 우리 나름대로의 의지표명의
성격이 강하다.

무엇보다도 OECD가입은 2차 세계대전후 여러 개도국 중 가장 훌륭하게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이라는 나라가 소위 "선진국 리그"에 끼일만큼 성장
했다는 정치적 의미,상징적 의미가 크다.

2차 세계대전이후의 세계역사를 보면 소규모 도시행 국가를 제외하고는
후진국 가운데 선진국 대열에 낀 나라가 없다.

또 우리의 역사 어느 곳을 찾아 보아도 인류의 발달에 기여했다는
객관적 사실을 찾기가 어렵다.

이러한 두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개발경험은 인류가 함께 나눌 가치가
있는 귀중한 지적자산으로서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우며 후발개도국들에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줄수 있을 것이다.

OECD가입은 우리 스스로를 돌아봄은 물론 세계의 선후진국들이 우리나라를
새롭게 볼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OECD가입은 세계화,선진화를 향한 우리의 의지표출이라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수 있다.

즉 OECD에서 요구하는 제규정을 이행함으로써 진정한 선진국이 되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OECD가입의 이해득실은 여러면에서 따져볼수 있을 것이다.

OECD의 회원이 됨으로써 세계경제질서의 형성과 운용에 보다 적극적
능동적으로 참여할수 있고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여 결국 경제적 이득이 되어 돌아오리라고
기대할수 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제고는 국제정치학적인 측면에서도 무시할수
없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반면에 우리에게 지워지는 부담도 있다.

첫째 재정적인 부담이다.

OECD예산중 일정몫을 분담해야 하고 개도국에 대한 원조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 원조규모는 GNP의 0.05%로 이는
OECD가 회원국들에게 도의적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0.7%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원조가 OECD의 기본목적임을 감안할때 의무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한다해도 우리수준에 걸맞는 원조는 기꺼이 담당해야
할 것이다.

둘째 운송.보험.금융 서비스등 경상무역외의 거래및 자본거래의
자유화폭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OECD가 규정한 서비스부문의 자유화 충족도는 기존 회원국의 경우
평균 87%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자유화율은 80%정도다.

자본자유화와 관련해서는 OECD회원국들의 평균 자율화율이 83%수준인에
비해 우리나라는 50%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OECD가입과 함께 서비스와 자본시장의 자유화를 강력히 추진해야
함을 의미한다.

OECD가입에 반대 또는 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자본자유화로 인해 대규모 국제투자기금이 국내에 드나들게
되면 멕시코와 같은 사태가 우리경제에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때문이다.

OECD가입을 적극 추진하는 정부도 이 점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투기자금을 두려워하여 외환및 자본자유화를
하지 말아야 하고 OECD가입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너무 소극적이다.

투기자금의 폐해를 극소화하면서 국내는 물론 국제적 수준에서 자금조달및
운용의 효율성을 추구할수 있도록 경제운용 능력을 키우고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것이 더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다만 우리의 현 여건상 자본거래의 자유화폭을 단시간내에 크게 확대하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

OECD가입 교섭시 이를 기존회원국들에 솔직하고 투명하게 설명하여
일부 유보조치를 이끌어 내는 일,국제투기자금의 급격한 이동을
완화시킬수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는 일이 중요하다.

셋째 일반특혜관세(GSP)를 포함하여 국제무역협상 환경협상등에서
확보한 개도국 우대조치를 단기적으로는 시안별로 유지할수 있을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포기해야 할 것이다.

또 OECD기준의 환경규범을 지키는 것도 부담이 되는 일이기는 하나
환경문제는 OECD가 아니더라도 우리스스로 자발적으로 규범을 강화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은 OECD가입을 우리나라의 진정한 세계화,명실상부한 선진화를
위한 디딤돌,G7으로 가는 디딤돌로 활용하는 전략적 사고와 노력이
보다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