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TV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TV수출을 실질적으로 견인했던 저가정책이 중국산 TV에 밀려 더이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고가제품은 일본제품에 비해 아직 성능이 떨어진다.

밑에서 받히고 위에서 눌리는꼴이다.

저가정책은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더이상 효율적인 정책이 되지 못한다.

대안은 첨단 고가제품을 개발하는 것 외에는 없다.

여기에 따른 문제는 부품이다.

첨단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부품의 경쟁력을 기르는 일이 업계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업계는 아직 TV부품을 완전 국산화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부품을 일본에서 거의 다 들여와 완제품을 만들던 것에 비해선 엄청난
발전을 했다지만 아직도 부품 국산화를 완전히 이루지는 못했다.

전자공업진흥외에 따르면 올해 국내 TV메이커들은 컬러TV용 부품을 2조
1,622억원어치 구입할 계획이다.

이중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은 81.8%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부품이 18.2%나 된다.

물론 이중에는 기술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채산성이 안맞아 생산하지 않는
품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핵심 IC(반도체)등은 아직도 일본등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가 올해 컬러TV용 부품중 13.9%를, LG전자는 16.0%를,
대우전자는 26.3%를 해외에서 들여올 방침이다.

아남전자와 한국전자등도 각각 25.0%와 10.0%에 해당하는 부품을 수입해올
계획이다.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독창적인 제품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부품생산능력이 없는한 세트제품의 설계가 창조적일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제품이 독창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부품의
생산이 전제되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업체가 특히 기술력이 달리는 부분은 IC다.

범용부품으로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가 아닌 특수기능을 하는 주문형
반도체등이다.

IC의 생산능력부족은 곧바로 화질이나 디자인으로 연결된다.

요즘 TV에서 채용이 일반화되고 있는 화면속의 화면(PIP)등의 기능도 모두
IC에 의해 구현된다.

이같은 중요성을 갖고 있는 핵심IC등은 대부분 일본등에서 들여와 생산
하는, 부품기술력의 열세가 국내 TV산업의 경쟁력 약화의 주원인이다.

국내 업계의 핵심부품 생산능력은 일본보다 2년정도 뒤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업체가 생산하는 TV가 일본제품을 1백으로 했을 경우 90정도로 뒤지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국내업체들은 이에 따라 부품산업 육성을 위해 최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2년부터 실시된 국내 표준부품 생산이 그것이다.

전자공업진흥회를 중심으로 세트메이커와 부품생산업체들이 모여 기술정보
를 교환하고 각 부품의 표준규격을 제정하고 있는 것.

지난 92년 이후 현재까지 89개 전자부품의 국산 표준규격이 제정됐다.

어느업체에서 생산하든 똑 같은 규격과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는 제품의 품질로만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경쟁을 통해 부품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TV메이커들도 독자적인 부품 국산화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CPT소켓등 12개품목을 국산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컬러필터등 8개품목을, 대우전자는 고압변성기(FBT)등 11개
품목을 국산화대상품목으로 정했다.

정부차원에서도 부품산업 육성계획을 내놓고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전자 TV사업부 영상연구소 이동성부장은 "국내산업의 생산기술은
일본과 버금가는 수준이지만 부품소재산업의 취약으로 창조적인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TV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설계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제조가
안돼 외국업체에 생산을 의뢰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없이는 차세대TV등에서도 일본업체를 뒤따라가는
형국이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