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사회는 기존의 사고나 가치관으로는 더이상 안주하며 살아가기
어렵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시장규모가 커지고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다양화하면서
외국기업의 시장진출이 활발해지고 이에따라 국내시장은 치열한 경쟁의
각축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급기야 기존시장의 "가격파괴"를 넘어 "가격창조"
라는 일대 혁신을 초해하게 되었다.

최근 국내시장에서 가격파괴를 주도하는 새로운 유통업의 형태를 보면
첫째로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중저가 생필품을 판매하는 "<><>유통"의
"xx점"같은 체인 슈퍼스토어가 있다.

둘째로 의류 일용잡화 내구소비재를 중심으로 셀프서비스형의 창고점포로
"E마트"같은 디스카운트 스토어와 "프라이스클럽"처럼 멤버십으로 운영하는
회원제클럽이 있다.

셋째로 가전 완구 의류등 특정산업의 제품만을 취급하는 "전자랜드"같은
양판점이다.

마지막으로 대도시근교에서 유명메이커가 직영으로 재고를 초할인 판매하는
아우트릿이 있다.

이런 혁신적인 변화의 배경은 기존의 시장에서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국내기업끼리 시장쟁탈전을 하던 시대에서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
시장으로의 진출과 외국기업들의 국내진출로 경쟁은 그 한계를 찾기
어려운데 있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경영"의 목표인 "물건을 많이 팔아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서 "시장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장기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목표가 수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의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합리화의
방법으로 소위 "벤치마킹"이니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등을 통해 경영혁신
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혁신만으로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경쟁사회에서 "경쟁자"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새로운 경쟁자"라고 할수있는 첫째 신참자를 들수있다.

여기에 시장진입장벽 문제가 대두된다.

삼성의 자동화시장 진입문제를 그 예로 들수있다.

진입장벽의 높낮이는 사업규모 제품차별화 소욧자본 선점효과 유통채널의
접근용이성 정부의 정책등이 돠우된다.

둘째로는 기존시장에 부품이나 원료를 공급하던 기업이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하여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하는 경우다.

라면공장이나 제과점에 밀가루를 공급하던 기업이 자체적으로 라면이나
빵을 만들어 대등한 입장에 서는 것을 예로 들수있다.

셋째로 기존의 시설이나 방법을 다른 대체품이나 서비스를 통하여 제공할수
있다면 이것도 새로운 경쟁자가 된다.

개인용 컴퓨터가 인쇄소에서 제작하던 소책자 일정표 목록등을 대신 제작
하는 경쟁자로 등장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와같이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면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석 검토하여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모형화되어 있는 경영에서 탈피하여 소위
"파괴경영"이라고 할수있는 다변경영이 요구된다.

이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이지만 주위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역시 정부의 몫이다.

이런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 경제기획원에 있던 공정위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한
것도 이러한 시장상황의 변화에 맞추려는 정부의 의지로 평가하고 싶다.

정부와 기업이 "공정거래"라는 잣대로 조화를 이루어 시장개방에 적극
대처하는 것만이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동철 <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