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Bancassurance). 독일등 유럽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은행과
보험의 업무통합추세를 가리키는 금융신조어이다.

국내보험시장에서도 보험사와 은행간의 제휴관계가 진전되면서 이와
유사한 조짐이 일고 있다.

작년말 삼성생명과 한일은행은 보험카드 계좌이체서비스계약을 체결,
삼성생명 가입자가 보험금을 타거나 보험료를 낼때 보험사를 가지 않고
자신의 은행계좌와 보험사 계좌간에 자동처리할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보험과 은행간의 이같은 업무제휴는 교보 대한 제일 흥국 동아등
거의 모든 보험사에서 찾아볼수 있다.

방카슈랑스의 보다 구체적인 예로 은행의 보험업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조흥은행이 대전에 본사를 둔 중앙생명 인수를 적극 추진,대주주와의
구체적인 인수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일은행도
종합금융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97년까지 보험사를 자회사로 두겠다는
청사진을 대외 공표했다.

제일은행도 보험산업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은행권의 보험시장
진출러시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은행권의 보험진출은 보험산업의 종합금융화를 앞당기는 것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내보험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을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의 보험진출에 맞대응이라도 하듯 교보는 증권사 인수에 이어
은행 종금사등을 인수,금융전업금융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으며 삼성은 생명보험을 핵으로 손해보험 증권 신용카드등을 묶어
금융소그룹화를 단행했다.

신동아화재와 같은 계열인 대한생명도 증권업 진출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는등 종합금융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제일생명도 한신상호신용금고를 매입,업무다각화에 나서는가 하면 대신
국민 한덕 동양베네피트등 신설보험사들도 2000년 장기비전을 제시하면서
보험을 중심으로한 종합금융그룹화를 추진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금융정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부는 은행 증권 보험등 3대축으로 자회사형태를 통해 타금융권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8월 예정된 보험사의 국공채 창구판매 허용조치도 보험업계의
종합금융서비스체제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말부터 국공채창구판매에 대비한 업무운용기준안이 업계 공동으로
마련중이며 각보험사들은 전담팀을 구성,일본의 사례를 연구하고 설계사
들에 대한 교육과정등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짜느라고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손보업계의 생보스타일 영업망 구축은 손.생보 영역을 허물면서 보험의
종합금융시대를 알리는 또다른 신호탄이다.

신동아화재는 지난해 생보출신인 김충환사장을 영입하면서 영업전략을
장기및 연금보험위주로 전면 개편하는 조직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조직 개편의 핵심은 설계사 대리점을 앞세운 저인망식 생보영업망을
확보하는 것.

삼성화재도 삼성생명에서 배정충전무 이수창상무 지대섭이사등을 영입,
주요영업거점에 배치했으며 현대해상등 타사들도 생보사 인력을 흡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도 도쿄.야스다.미쯔이.쓰미또모해상등 대형손보사들이
생보사업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에 착수,관심을 모우고 있다.

특히 최대손보사인 도쿄해상은 96년 가을 정기보험등 일부생보상품에
국한해 생보영업을 시작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니혼생명등 생보업계도 손보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등 일본
보험시장의 일대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생보 영역이 허물어지는 것은 이제 세계적인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국내보험시장도 이같은 조류에 예외로 남아있을수 없다는게 보험전문가
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특히 지난80년대 미국의 개방압력에 밀려 국내보험시장의 빗장을 걷어
내린데 이어 최근 유럽 보험업계도 시장개방의 폭을 더욱 넓히라는 요구를
해오고 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과 지방화시대의 개막이라는 대내외
여건 변화등은 우리보험사에게 보다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보험사가 내일의 경영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진출에 앞다퉈
나서고 품질보증제도를 도입하면서 신세대를 겨냥한 새상품 개발에
힘쓰는등 영업체질을 개선하는 노력도 이같은 대흐름에 순응하면서
살아남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제 보험사는 동종업계 국내금융기관과의 경쟁이 아닌 선진금융기법
으로 무장한 외국금융기관과 정면승부를 겨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종합금융시대는 이같은 힘겨운 싸움에서 이겨나갈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