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마련하여 지난 23일 법제처 심의를 끝낸 증권거래법
개정안의 내용이 밝혀지자 증권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록 재경원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형식적으로는
증권관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했으나 앞으로는 재경원 장관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유가증권발행에 관한 기본골격이 변경되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시행을 목표로 하는 이번 개정안은 증관위를 폐지하는
대신 유가증권발행,상장법인합병,자사주취득등 주요 의결사항을
재경원으로 넘겨주게 되었다.

또한 기타 심의사항은 신설될 예정인 금융감독원안의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된다.

재경원이 증권거래법을 이같은 방향으로 개정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증시행정의 핵심사항을 직접 챙김으로써 직접금융시장에 대한 통제기능을
강화하고 직접금융시장과 간접금융시장,나아가 재정 금융 통화 외환등
거시경제정책수단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겠다는 의도다.

개방경제가 가속화되고 금융자율화가 진전될수록 정책수단을 적절히
배합시키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정책선택의 폭을 넓히자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재경원으로의
권한집중이 증시발전에 보탬이 될지는 확신할수 없다.

우선 당장 걱정되는 것은 증시정책이 정치적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남용될 염려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통화수위를 낮추기 위해 은행공모주 예금을 폐지한 것이 좋은
예이다.

눈앞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조령모개식의 졸속행정이
시행됨에 따라 증시의 시장원리는 왜곡되고 자율적인 성장잠재력이
잠식되기 쉽다.

또 한가지 걱정은 정부의 증시개입이 보다 직접적이고 개입폭이
확대될수록 정부에 대한 증시개입압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증시가 과열된다고 정부가 진정책을 썼다면 증시침체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관제주가니,관치증시니 말이 많은데 증시통제를
지금보다 더 강화함으로써 정부가 얻을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걱정이다.

증권산업의 공공성유지는 시장경쟁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고 일반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불공정거래 단속강화 정보유통촉진
등에 힘쓸 때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지 포괄명령권에 좌우되지
않는다.

국내 증권산업도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외국인투자자의 비중도
상당해진 지금은 질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임에도 재경원의
권한독점은 시장자율화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