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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산업이 21세기 대표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영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제 영화는 단순한 오락물의 개념을 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산업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 영화산업을 움직이는 주역들을 만나 새로운 환경에 따른 대응책과
한국영화의 세계화를 위한 방안을 들어본다.

<편 집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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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는 관객이 만듭니다. 관객의 반응은 정직하거든요. 얄팍한
상술로 덤벼서는 절대로 깊이있는 작품이 나올수 없습니다. 경쟁력이라는
것도 결국은 관객이 평가하는 거죠"

태흥영화사 이태원사장(57)은 10여년간 한국영화를 만들면서 "관객을
가장 큰 스승"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는 감독이 만드는 것"이지만 유능한 감독의 진가를 평가하는 것은
관객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작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영화를 장사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자본력만 있고 열정이 없으면 다른곳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죠. 1년에 3-4편씩 만들지만 그때마다 흥행보다
작품의 완성도에 욕심을 내고 그것이 관객의 호응으로 이어져 굵직한
상도 많이 탔죠"

실제로 태흥에서 제작한 27편의 한국영화중 국제영화수상작만 7편이
넘고 "장군의 아들" "서편제"등은 국내 최다관객동원 기록을 연속
경신함으로써 그의 열정을 확인시켰다.

"이번 베를린영화제에서 보여준 각국 영화인들의 열성은 대단했습니다.
자국의 영화를 국제적으로 알리려는 노력도 엄청났지만 스크린을 통한
국가간 경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국제영화제 참여를 통해 외국영화인들에게 더 잘알려진 그는 우리영화가
해외에서 인정받으려면 우선 감독을 많이 알려야한다고 강조한다.

경쟁부문의 수상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비경쟁부문의 참여를
통해 폭넓은 "감독 알리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대부분 감독을 보고 평가합니다. 우리나라의 영화진흥정책도
단순히 유명영화제 수상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세계에 우리역량을
다층적으로 홍보하고 능력있는 감독들을 알리는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케이블TV등으로 영화수요가 늘어나고 대기업의 참여와 함께 젊은 감독
들의 독립프로덕션 활동이 활기를 띠는것과 관련, 그는 "사람을 키우는
일은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경쟁력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영화제에서 미국의 입김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인재육성에
주안을 뒀기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권택감독과 호흡을 맞춰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태백산맥"이 이번
베를린영화제에서 기자단과 일반관객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수상하지
못한데 대해 일부에서 심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그는 "상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건 아니다"라며 담담한 표정이다.

영화제기간중 유럽을 중심으로 한 판권상담이 줄을 이었고 현지에서
일어난 "한국붐"을 확인했기 때문.

돈 히옥사가 유럽지역 판권을 독점계약으로 사갔고, 시노카넨사 배급망을
타고 일본으로도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