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개발은 어떤 시기에 어떤 종류의 건물을 지어 어떤 업종을 입점
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과서적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주 드물긴해도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서는 업종에 구애됨이 없이
개발에 성공을 거둘수가 있다.

이 경우 지주는 개발에 따른 자금조달방법과 업종선정등의 부담을
줄이고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게 된다.

이대입구(서대문구 대현동37일대)에서 신촌역쪽으로 이어지는 곳에
1백평의 땅을 가지고 있는 이모씨(56)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이씨는 단층건물을 지하1층 지상4층으로 개축하면서 한푼의 돈도
들이지 않고 안정적인 월수익과 상당액의 여유자금을 확보할수있게
됐다.

이대입구가 워낙 번화가로 통하는 곳이라 선분양 10일만인 지난
2월15일 분양을 완료했다.

모두 15억3천만원의 보증금과 월세 2천2백70만원을 확보,9억5천만원의
공사비와 기존 입점자에게 되돌려줄 2억5천만원의 보증금등 총비용
12억원을 제외하고도 3억2천만원의 여유자금과 2천2백70만원의 월수입을
올리게 된 것.

지난 91년 의류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사업경험이 없던 이씨는 지난해
부도를 냈다.

남은 건 이대입구의 1층짜리 건물뿐이었다.

사업재기를 위해 이를 개발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지난해 11월.

용역을 의뢰받은 한국부동산컨설팅측은 비교적 쉽게 개발및 분양계획을
수립할수 있었다.

이 지역이 워낙 번화가로 꼽히는 곳이라 업종선정과 분양이 다른
지역보다 수월했기 때문이었다.

한국부동산컨설팅측은 먼저 일반상업지역인 이곳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부지면적 1백평,건물바닥면적 60평의 단층건물을 헐고 지하 1층 지상
4층의 상가를 구상한것. 일반상업지역에는 건폐율 70%와 도로넓이(12m)의
1.5배까지 건물을 올릴수 있으나 건물간의 통로를 고려하다보니 부지를
최대로 이용할수 있는 한계가 건폐율 65%와 건물높이 4층(16.7m)으로
나왔다.

기본계획이 수립됨에 따라 업종선정과 분양에 들어갔다.

분양은 어렵지 않지만 단기일에 분양을 마쳐 자금회전을 원활케 하기
위해 업종선정에도 신경을 썼다.

한국부동산컨설팅은 이씨 땅부근에 대한 상권분석에 착수했다.

원래는 이대전철역에서 이대입구에 이르는 길이 번화가를 이루고
있었지만 상권이 확대되면서 신발 의류등 캐주얼품목이 이대입구에서
신촌역사이에 자리잡게됐다.

또 상권이 워낙 발달하면서 이대입구에서 이대전철역사이에 음식점과
유흥시설이 침투,오히려 이곳의 상업기능이 쇠퇴하기 시작하고 요즘은
이대입구에서 신촌역쪽으로 상권이 이전되고 있다는 것을
한국부동산컨설팅측은 주목했다.

이와함께 1일 유동인구가 10만명을 넘어서는 이곳에서 호황을 누리는
업종을 분석해보니 쉽게 결론이 나왔다.

78평으로 지어지는 지하1층은 요즘들어 대학가에서 인기를 얻고있는
소주방을 유치,보증금 2억원에 월세 3백만원을 받았다.

지상1층(65평)은 32.5평으로 분할,이 지역의 대표업종인 의류매장을
개설해 각각 보증금 4억원 월세 5백만원에 임대했다.

지상2층(")은 보증금 2억5천만원 월세 4백만원에 미용실을,효용가치가
조금 떨어지는 지상3층(")은 보증금 2억원 월세 2백50만원을 받고
비디오방을 각각 입점시켰다.

문제는 지상4층(")의 임대였는데 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층이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컨설팅측은 이 지역에 하숙이나 자취시설이 절대부족하다는
것에 착안,실평수 5평짜리 원룸아파트 8개를 짓기로 하고 각각 보증금
1천만원 월세 40만원에 임대를 완료했다.

< 김태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