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관리위원회는 최근 유가증권인수업무규정을 개정,은행의 공모주
청약예금 신규가입자에게는 신주배정을 하지않기로 결정해 사실상 이
예금을 폐지했다.

그러나 기존 가입자에게는 종전대로 3개월 동안만 10%를 배정하다
그 이후에는 5%로 축소하기로 했다.

반면 증권금융공모주 청약예금 배정비율은 50%에서 55%로 상향 조정했다.

그후 은행 공모주 청약예금에 대한 해약 문의가 빗발치자 각 은행들은
이들 예금을 다시 붙잡기위한 갖가지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조치후 정부시책에 대한 신뢰감과 은행 공신력이 상처를 입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으며 특히 사전예고나 논의 절차없이 당일로 시행해
버림으로써 당국의 권위주의적 행정편의주의적 업무처리 자세가 크게
비판받고 있는것 같다.

정부시책을 믿고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청약예금에 가입한 저축자
들로부터 정책당국은 비난을 받을만도 하다.

또한 증권금융의 공모주 청약예금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유리한
혜택을 줌으로써 금융권간 형평성의 논란을 야기시킬 만도 하다.

공모주 청약예금은 공모주에 대한 과열 투기방지와 시중 부동자금을
저축자금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지난77년 6월부터 도입되었다.

이는 소정의 정기예금이자에 더하여 별도의 공모주청약에 따른 신주배정
수익을 기대할수 있게 됨에따라 우리나라 주식대중화와 자본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음을 아무도 부인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일고있는 논의의 초점은 이 예금폐지의 문제점만을 크게
지적하는데 모아지고 있을뿐 문제의 근원적인 접근에 맞춰지고 있지는
않는것 같다.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은 싯가총액면에서나 거래량면에서 세계 10위권에
접근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세계화추세가 보편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공모주 청약예금제도는 가능한한
빨리 폐지되는 것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주식투자에는 반드시 위험이 수반되며 투자자는 자기책임하에 위험을
감당하는 대가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수 있는것이다.

우리나라의 공모주시장에서는 정책적으로 저가발행을 유도한 결과 거의
위험부담없이 참여하기만하면 이익을 볼수 있다는 의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는 결과를 빚어왔다.

그결과 공모주에 대한 과열투기현상이 나타났으며 한국통신주나
중소기업은행주 매각시 나타난 현상들은 좋은 예라 하겠다.

물론 외국에서도 공모주 시장에서의 기대수익률이 일반 유통시장에서의
기대수익률보다 높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처럼 항상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 제도는 또한 증권산업의 꽃이라 할수있는 인수업무시장에서 증권회사
들의 공모가산정의 과학화를 가로막고 있는 한 요인이 될수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의 총액인수체제가 확립되어야 증권회사들이 과학적인
분석기법을 동원하여 가격산정을 할수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저가발행이 관행화되어 인수증권의 미매각위험이
전혀없는 상황에서 가격산정기법 과학화를 통한 총액인수체제의
정착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본시장의 개방폭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우리 증권회사들의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될수 있다.

은행권 일부에서는 이 예금을 여.수신계좌를 부풀리는 수단으로 이용,
편법대출을 통한 청약예금을 조성함으로써 자금시장이 교란되고 통화
관리가 압박을 받는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 예금잔고가 93년말 1조8,479억원이었던 것이 94년말에는 6조6,326억원
으로 증가하여 정상적인 수신증가로는 보기 어려운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중심 통화지표인 M 의 수치만을 높여 안정을 바라는 통화당국으로
하여금 통화긴축 정책을 쓸수밖에 없게했다.

그러나 이 수치의 상당부분이 은행대출을 통하여 형성된 예금으로
허수에 불과한데 이에 근거하여 통화관리를 함으로써 시중금리만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세계화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우리 금융시장의 제도나 관행은
국제금융시장의 제도관행에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공모주 청약예금과 같은 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투자자들의 자기책임의식 고취를 위해서나 증권회사들의 과학적인
가격산정 기법개발을 통한 인수업무시장의 발달을 위해서도 공모주
청약예금 제도는 보다 빨리 폐지되었어야 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증권금융의 공모주 청약예금도 일정 예고기간을
거쳐 가능한 한 빨리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바로 우리나라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일이라 여겨진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