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및 상호결합을 바탕으로 현재 진행중인
정보통신혁명은 21세기초의 경제와 문화를 주도할 전망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의 발전정도는 바로 국가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이같은 중요성을 감안하여 우리도 얼마전의 정부조직 개편
에서 관련 업무를 정보통신부로 일원화하였다.

이런 판에 최근 미국은 한국 중국 등 10대 거대성장시장(BEMs)에 대한 자국
의 전략산업진출을 촉진하는 통상정책을 밝혔다.

구체적인 예로 미키 켄터 미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을 방문중인 공노명
외무장관에게 AT&T사의 전화교환기에 대한 형식승인면제및 입찰제도개선을
요구했다고 한다.

AT&T사는 지난해 ''5-E2000''이라는 자사가 개발한 최신형 전자식 전화교환기
로 한국시장에 진출을 시도했으나 국내 형식승인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통신
이 실시한 공개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때 AT&T사는 ''5-E2000''기종이 이미 지난 93년에 형식승인을 받은
''5-ESS''기종과 비슷하므로 별도의 형식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데
반해 우리측은 상당한 기술적 변화가 있기 때문에 호환성유지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통상정책과 산업정책의 두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통상이란 상대방이 있게 마련이며 어느 한쪽이 손해만 보는 교역이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국산품과 수입품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 없다면 형식승인이나 입찰
제도는 우리정부의 산업정책에 따라 결정될 일이지 통상협상의 대상이 될수
없다.

산업정책정인 측면에서 볼때 정보통신산업은 성장속도가 빠르고 부가가치가
높은 중요산업이며 나아가 국가안보와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분야의 형식승인변경은 기술발전, 산업성장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다만 한가지 강조할 것은 형식승인이나 입찰제도가 외국업체의 진출을 막는
비관세장벽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비관세장벽은 외국업체의 진출을 더디게 할뿐 그 자체가 우리업체의 경쟁력
을 강화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과 경쟁력이 뒤지면 해외진출이 어려우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을
통한 표준화과정에서 소외돼 국제경쟁에서 탈락하는 소탐대실의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미국입장에서 만성적인 무역적자축소및 첨단산업장악을 위해 통상압력을
넣을 수는 있으나 이의 수용여부는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