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불안하다.

주가가 연일 힘없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95년들어 개장 이틀만에 1,000포인트선 아래로 밀린 주가는 최근
연3일간 계속된 하락행진결과 23일 930대로 주저앉더니 어제는 다시
18,54포인트가 더 빠진 16,84로 마감되었다.

900선의 붕괴도 이젠 시간문제가 된 것같은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가폭락에 대한 배경설명은 이미 수없이 있어왔고 또 곱을만한
것은 거의 모두 열거되었다.

정부의 통화긴축우려에다 물량공급증가전망을 큰 줄기로해서 최근에는
멕시코의 폐소화폭락,미국등의 금리인상움직임,일본의 관서대지진,등소
평위독설등 대외요인과 설경과후에는 당국이 강도높은 통화환수 노력을
펼 것이라는 예상등이 보다 직접적인 배경으로 가세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과열경기진정을 위해 이달말이나 내달초 각각 0.5%의
단기금리인상을 단행할것 같다.

예상과 기타 여러 약재들은 지금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의 거의 모든
증시와 유럽,뉴욕등 전세계 증시주가의 동반폭락사태를 빛고있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한국증시역시 그런 조류에 초연하거나 예외가 될수는 없을것이다.

특히 92년의 증시개방 이후에는 그런 조류에 민감한 외국인투자자금의
국내증시 감응도가 높아졌다고 해야한다.

그러나 최근의 국내증시 폭락사태는 지금까지 열거된 여러 요인말고도
다른 배경이 있는것 같다.

극도의 투자불안심리를 자극 내지 증폭시키는 또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결과로 보이는 것이다.

다름아닌 정치와 경제의 이상기류,불안한 기류가 그것이다.

바야흐로 정치권은 선거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합집산,공청경쟁이 2월의 민자 민주정당대회를 계기로
마침내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고 그러면서 표를 의식한 정치논리가
당분간 우리사회를 지배하게될 전망이다.

개혁과 사회정의니 형평같은 낱말들이 새삼 유행하면서 기업 그중에서도
특히 "재벌"로 통칭되는 대기업집단이 "때리기"( bashing )의 표적으로
선정된다.

기업의 예외를 허용하겠다던 부동산실명제추진방향을 180도 바꾼것이나
공정거래법상의 출자총액제한 예외거부움직임등은 모두 그런 맥락의
일환이라고 볼수있다.

기업의 세계화와 경쟁력강화를 외치는 마당에 그래서는 안되는줄
알면서도 일단 정치적으로 득이 되는 반기업정서에 앞장서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증시가 모를리 없다.

가뜩이나 중첩되는 악재에 투자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수밖에
없다.

그러나 증시불안은 정치적으로도 결코 득이 되지 않으며 이미 정점을
지난 경기가 연착륙을 못하고 급냉할때 그것은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치명적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