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 LG경제연구소 대표이사 >

올해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양과 질이라는 두 측면에서 지난 몇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양적인 면에서는 선진국 개도국의 동반 호황으로 세계경제가 89년이래
가장 높은 3.6%내외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세계경기의 호황에 따른 수요증가로 국제금리 원자재및 유가의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를 위시한 몇몇 나라의 통화불안으로 국제금융시장에 그늘이 드리워
있고 예기치 않은 일본에서의 대지진으로 다소의 충격이 예상되나 세계실물
경제의 흐름을 크게 교란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95년이 한국 기업들에 다른 해와 유별난 것은 양적인 측면이라기 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다.

세계경제나 국내경제가 전과는 다른 새로운 질서를 맞고 있고 기업들은
이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경영환경과 이러한 환경에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새로운 질서의 첫째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이다.

WTO체제는 자유롭고 공정한 세계무역질서의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종전의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체제가 공산품 교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협정이었음에 비해 WTO체제는 공산품에 농산물과 서비스 교역 그리고
지적재산권을 대상으로 하며 강제력을 지닌 상설기구로서 국제경제경찰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WTO체제의 출범은 시장개방을 불가피하게 하여 우리경제의 구조조정, 산업
경쟁력 강화노력을 더욱 가속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교역 대상국들의 공산품 관세율이 3분의1이상 일률적으로 인하되고 각종
비관세 장벽이 철폐되어 우리의 수출환경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국내시장이 넓게 개방되고 국내산업 보호가 극히 제한됨에 따라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나 산업들은 생존을 크게 위협받을 것이다.

국내외시장을 막론하고 각 부문에서 세계일류들과 무한경쟁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으로 예정된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도 경쟁촉진적
이다.

OECD가입으로 한국경제는 단기적으로 금융자본시장 개방의 확대, 한국상품
의 일반 특혜관세수혜중단, OECD환경관련 규범준수에 따른 비용의 조기추가
부담, 각종 국제적 분담금및 개도국 지원 증가 등의 부담을 안게 된다.

그러나 단기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입등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한 대비책을
잘 세워 놓는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정치 외교 경제적 측면에서의 위상제고로
부담을 상쇄하고 남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수 있을 것이다.

금년에는 내년으로 예상되는 OECD가입, WTO의 본격 출범에 대비한 금융
자본 외환자유화와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를 위해 세제, 금융개혁 조치가
시행될 것이다.

기업들은 국내적으로도 지방화라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6월27일 실시될 지방자치단체 선거는 한국의 권력구조가 전통적인 중앙
집권으로 부터 사상 처음으로 지방분권으로 이행해 가는 시발이며 민주주의
뿌리가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정치계설의 서막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경제와
기업 경영도 만만치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낙후된 정치문화, 취약한 지방재정,
중앙과 지방간의 권력배분을 둘러싼 갈등, 지역이기주의의 발호, 지역토호및
이익집단의 공권력 점유현상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의 본격 실시는 "주민을 위한 정치, 주민을 위한 행정"과
지방행정의 효율화를 촉진하면서 참신하고 유능한 정치인들이 보다 쉽게
두각을 나타낼수 있는 인재발굴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활발한 수출과 설비투자에 힘입어 국내경제는 작년중 8%가 넘는 건실한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95년에는 엔고영향의 상대적 감소와 원화의 절상으로 수출증가세가 둔화
되고 제조기업의 시설부족 완화로 설비투자도 둔화될 것이다.

그러나 임금상승과 고용확대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력 증대와 사회간접
자본(SOC) 투자활성화에 따른 건설경기 호조로 7%가 넘는 높은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경기의 확장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성장내용이 내수중심으로 바뀜에
따라 경기과열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 임금상승률과 물가는 지난해에 비해 불안한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금년도 임금상승률은 고성장에 따른 인력난과 제조업의 수익호전에 따른
근로자들의 임금상승욕구 증대, 제2노총 설립 움직임과 연계된 노사관계
불안등으로 작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원자재가및 국제금리의 상승, 높은 임금상승, 소비 건설등 내수경기의
확대로 정부가 목표로 하는 5%대의 물가안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금내금리는 외자유입으로 인한 해외 부문에서의 통화증발이 민간부문에의
통화공급을 압박하는데다 건축으로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화환률은 외화유입의 증가로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절상추세를 지속하여
연말경에는 770원선(2.4% 절상)이 예상되나 과도한 외자의 유입이나 물가
불안이 증폭되면 5%수준의 절상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이 경우 수출에의 타격과 함께 경기의 숨통을 조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