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 김종필대표의 강제퇴진이 임박한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이기택
대표가 김대중 아.태평화재단이사장의 실질적인 정계은퇴를 주장하고 있
어 정가가 양김퇴진문제로 시끄러워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차기구도"를 향한 시발점이 마련될
지 양김의 새로운 정치무대가 펼쳐질지의 분수령을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가에서는 여권내에서 김대표의 반발강도,민주당의 세력분포등을 고
려할때 양김퇴진보다는 "3김1이"의 신4당체제로의 정계개편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민자당의 경우 JP가 강력반발하고 있음에도 민주계측은 "저항할 명분
이 없다"는 판단하에 추진해온 JP의 2선퇴진을 그대로 밀고 나갈것으로
예상된다.

또 임명직 대표인 JP는 당내에 있는한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다.

JP의 일선후퇴가 그러나 민주계측이 기대하는 "명예퇴진"으로 끝날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그의 퇴진은 백의종군-탈당-신당창당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도"의 출
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같은 상황의 전개는 민자당내에 일정시점까지는 항시 "JP변수"가 잠
복해있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며 이는 김영삼대통령의 정국운영에 걸림
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하겠다.

김대통령은 이제 JP의 탈당을 포함한 정계개편까지를 염두에 둔 정국
구상에 들어갔다고 봐야한다.

김대통령은 이와함께 당의 얼굴을 누구에게 맡길것인지를 포함해 새지
도체제의 진용을 어떻게 짤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고 그 결과는 일반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2월전당대회가 과연 성사될 것인가조차 현재로서는 오리
무중이다.

이대표가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때 대표직을 던질 것으로 점쳐지
지만 그 경우 당이 분당으로 이어질 것인지 새로운 타협점이 나올지등에
대해서는 관측이 분분한 상황이다.

또 이대표가 표현한대로 "당의 실질적 오너" 김이사장이 이과정에 개입,
사태를 수습할 것인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계복귀냐 실질적 은퇴냐에 대해서는 당분간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
려울 것으로 분석되는 DJ로서는 당내분 수습에 한계를 안고 있다는게 현재
의 대체적 분석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상당기간동안 현재와 같은 "시계 제로"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자당>

이번주말까지 총재-당의장-당3역으로 이어지는 지도체제의 개편안을 마련
하고 이날 26일까지 전국 지구당및 시도지부개편을 완료,내달 7일 전당대회
를 통해 새지도체제를 출범시킨다.

이같은 일정은 JP퇴진을 전제로 하고 있는것은 물론이다.

새로운 당명과 새얼굴들로 "YS당"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신설된 당의장에는 김윤환정무장관 이한동원내총무 최형우전내무장관등
중진실세들 중에서 발탁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차기와 관련된 "억
측"을 막기위해 정치색이 옅은 인사를 기용할 것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최대관심사는 퇴진할 김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다.

김대표는 지난 13일 "후임자가 결정되면 평당원으로 남겠다는 의사를
청와대에 통보했다"는 보도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잘라 말하는등 강제
퇴진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할 수있다 의지를 피력했다.

또 "내갈길을 가겠다.그래서 동조자가 생기면 규합하고."라고 말하는등
경우에 따라서는 신당창당도 고려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뿐만아니라 "지난번 대통령후보경선에 앞서 장기 칩거중일때 청구동에
두번씩이나 직접 찾아와 도와달라고 한 사람은 누구며 정치생명도 같이
하자고 한 사람이 누구냐"며 김영삼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김대통령과 현여권 실세들의 JP퇴진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JP 또한
분당불사 입장이어서 "우정과 소신"으로 맺어졌던 YS-JP는 이제 돌아오
지 않는 다리를 건넜다는게 정가의 분석이다.

다만 JP가 당내 비주류로서 어느 정도기간 버틸것인가와 탈당-신당창
당의 시기를 언제로 잡을 것이냐가 관심이 표적이 되고 있다.

<민주당>

이기택대표측과 동교동측은 15일밤 늦게까지 전당대회문제에 대해 막판
절충을 시도했다.

그러나 협상을 낙관할수있는 뚜렷한 징후는 없다.

오히려 이대표의 제주발언으로 야기된 양측간 감정싸움은 확대 재생산되
는 분위기이다.

이대표의 측근들은 "이대표가 다음주중 대표직을 사퇴한후 시일을 보아
가며 탈당,궁극적으로는 비호남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구상을 하고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표가 대구 경북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반민자 비민주"정서의
심화,신민당의 공중분해,김종필민자당대표의 탈당등의 정치상황을 염두에
두고있다는 설명이다.

이대표가 이같은 구상을 굳힌 이상 동교동측,더 구체적으로는 김대중아
태재단이사장이 이대표를 계속밀어주느냐 아니면 그와 결별하느냐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됐다.

15일 오전 괌에서 돌아온 김이사장의 "괌 구상"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교동측은 제주발언이후 초강경입장을 보이고있다.

이대표와 결별,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루고 선거이후 정계
상황을 보아가며 호남당의 굴레를 벗어나는 선에서 당의 얼굴을 내세우자
는 주장이 제기되고있다.

그런 한편으로는 중진들을 중심으로 신중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있다.

"탈호남"이라는 측면에서 이대표를 대신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대표가 당을 박차고 나갈 경우 지자제선거에서의 승리 가능성은 더욱 낮
아진다.

이와관련 동교동의 한 관계자는 "2월 전당대회에서 이대표에게 지방선거
의 실질적인 전권을 부여하되 대표문제는 단일지도체제로의 당헌 개정하는
선까지 양보할수 있다"고 귀뜸했다.

대표경선을 8월까지 늦추어 보자는 계산이다.이대표는 이에대해 거부의
뜻을 분명히 표명하고있다.

다만 통일산하회소속 일부 의원들이 "절충해볼만 하다"는 반응이어서 실
낱 같은 타협 여지를 남겨놓고있다.

<박정호.한우덕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