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록 <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

[[[ 세계화 논의의 대두와 개념 ]]]

문민정부 출범후 한때 "신한국" "신경제"란 "신"자돌림의 말이 유행하다가
최근에는 "국가경쟁력 강화" "국제화" "세계화"란 "화"자돌림의 말이
유행이다.

신문 방송등 온갖 매체에 이말들이 난무하고 국민 모두 이말에 익숙하게된
것은 우리가 처한 세계경제환경이 우리의사와 무관하게 급변하고 우리상품의
수출경쟁력이 하락하여 약소국으로 추락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였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강화 국제화 세계화를 위한 대책으로서 그간 각종 연구기관이나
매스컴이 제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부 국민 기업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는
대동소이한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오히려 그 개념의 혼란만이 가중되었다.

특히 "세계화"란 말이 대두된후 시중에 떠도는 세계화란 말의 대두배경에
관한 다음의 3가지 설은 이런 말들의 애매성은 빗댄 것이어서 흥미롭다.

첫째는 근본적으로 세계화란 말은 국제화와 거의 동의어로 사용되었으나
대통령이 동남아 방문시 "국제화를 ''쎄게'' 추진해 보자"는 데에서 유래
했다는 설, 둘째는 이때 동남아 "세개"의 나라를 방문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 세째는 국제화 혹은 세계화로 동시에 변역가능산 영어의 Globalixation
이 세계화되지 못한 통택의 실수로 미국에서는 "국제화"로 호주에서는
"세계화"로 통역됨에 기인한다는 설이 그것이다.

그간 추진되어온 "경제국제화"와 세계화란 말의 차별성 부재를 빗댄
<>담이라고 할 것이다.

세계화의 개념에 대한 이런 혼란을 의식하여 공보처가 제시한 국제화와
세계화의 개념은 전문가가 제시한 말뜻의 정확성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를
시원스레 인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란 국가간 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내의
정책 제도및 사고방식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으로 급변하는 시대와 사회에
적응해 당당한 세계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국수주의적 사고, 배타적
관행, 탁후된 의식을 국제수준에 맞게 고쳐가는 것,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각종제도와 볍규 관습을 고쳐가는 것, 개혁차원
에서의 개방, 규제의 철폐, 기술혁신, 교육의 강화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반면 세계화(Globalization)는 국제화와 유사한 개념이나 국제화의 상위
개념으로서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인식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과
자세를 갖쳐 나가는 것, 개인의 활동무대를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적
차원에서 계획하게 행동하는 것이란 유권해석이 바로 공보처의 발표내용
이다.

"세계화"란 말의 의미에 있어서 다소 혼란스러운 점과 이말이 문민정부에
걸맞지 않는 구호성 어감을 가지고 있다해도 이 말이 설득력을 가지고 세간
에 풍미하게 된 배경은 결국 세계경제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여건에 대한 반성이 주된 이유가 될것이다.

세계의 경제환경은 무섭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법과 제도, 상관행과
국민의 의식구조는 전통적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이런 모습은 홍콩의 한 신용평가기관이 기업경영자와 금융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잘 말해주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없는 투자지로서 "아시아에서 가장 민족의식이
강한 나라" "중국과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관료주의적인 국가" "외국인투자에
가장 차별대우를 하는 나라" "아시아에서 가장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
등으로 혹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외에도 우리의 세계화현실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보고서, 국내
유수의 민관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국별 국가경쟁력평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 대다수 개발도상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기간중 우리보다 못한 나라로서 경계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동남아 일부 국가가 뒤늦은 경제개발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자원과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급속히 발전하여 우리의 경쟁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상이나 이들 국가의 정부기능이나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
외국인투자 일반국민의 의식수준에 있어서 세계화 정도가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음을 실감한 것이 결국 세계화란 하나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 탄생하게
된것이다.

결국 최고 통치자가 실감하게된 이런 위기의식은 "세계화를 국정운영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개혁"이라는 차원에서 세계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표출되어 정부수립후 최대규모의 혁명적인 정부조직개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할것이다.

사실 작금 중요한 것은 세계화 개념자체에 관한 논쟁이 아니다.

21세기에 우리가 선진경제권에 무사히 진입하여 세계경영의 중심국가로
발전하고 물질적 번영못지 않게 정신과 인성이 중시되는 소위 "일류국"을
건설하기 위해 정부 국민 기업의 의식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이 세계화의
논의의 참된 의미이다.

세계 어느나라 사람이든지 아무런 불편없이 한번쯤 와서 살아보고 싶은
나라, 풍요롭되 건전한 나라로 인식될수 있는 세계속의 한국을 건설하는
것이 세계화의 궁극적 목적이자 세계화 논의의 요체이다.

흔히들 경험하는 일이지만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호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

냉소적일지 모르나 공허한 구호속에 실속이 있기 힘들고 요란한 구호를
외치는 사람중 오히려 청산대상이 많은 경우를 우리는 흔히 경험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이 그간 당연시되었던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진정한 세계화로의 의식전환을 이룰때 세계화는 자연스레 우리곁에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3일자).